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2월 04일 17시55분
거꾸로 돌아간 '역사의 수레바퀴'
전북대서 첫 희생자 나온 5.18 이후 44년만
/사진= 6.10민주항쟁기념 전북행사위원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에 기습 선포한 비상계엄은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 후 11번째, 전북대학교에서 첫 희생자가 나온 5.18민주화운동 이후 44년만에 첫 계엄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같은 국가비상시 대통령이 군사권을 동원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로, 군이 행정과 사법 사무를 대신하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다.
그동안 이승만 정권 4차례, 박정희 정권 4차례, 전두환 정권 1차례 등 모두 10차례 비상계엄이 발령된바 있다. 계엄령은 대부분 정권 유지 차원에서 발령됐다.
최초 계엄령은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마지막 계엄령은 1979년 10월 부마항쟁 때 부산 일원에 한해 발령됐다.
문제의 비상계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같은해 10.26사태, 이듬해인 1980년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5.17 군사 쿠데타와 함께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당시 신군부는 이에 저항하던 국민을 무력 진압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쿠데타 당일 전북대학교 전주캠퍼스에서 계엄군에 맞서 그 퇴진과 비상계엄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하던 김제 출신 이세종 열사가 피투성이 주검으로 발견됐고 이는 5.18 민주화운동에 불을 당겼다.
이후 계엄령 발령 전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치도록 한 지금의 절차를 규정한 국회법이 개정된 1981년 이후 비상계엄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밤 이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44년 전으로 되돌려놨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11번째 비상계령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11시30분께 최병관 행정부지사 주재로, 자정에는 김관영 도지사 주재로 각각 긴급 실국장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하고 유관기관 동향을 파악하는 등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임실에 있는 육군 제35보병사단에 전북을 관할할 지역계엄사령부가 설치돼 가동했다는 소식이 잘못 알려지는 등 크고작은 소동도 이어졌다.
전북자치도는 당초 4일 오전 0시 30분께 35사단에 지역계엄사령부가 설치됐다 오전 4시 30분께 계엄령 해제와 함께 해제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정정자료를 통해 35사단 간부들을 중심으로 초기 대응반과 위기 조치반만 소집됐었다고 바로 잡았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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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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