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8일 15시35분
[신생전북 49회] 7공화국 수립 투쟁으로 6·29선언과 촛불 되풀이를 막자
■근대국가는 기만
1. 민중들은 왜 몇 년마다 거리에 나가야 하는가
지난 3일 밤 목수 일을 마치고 일찍 잠이 든 나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아내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아내는 살이 떨린다며 창백한 얼굴로 텔레비젼을 가리켰다. 비상계엄이 내렸고 국회에 계엄군이 난입하고 있다는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순간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하는 자탄과 '이건 계엄이 아니라 쿠데타다"라는 생각과 함께 1980년 5월의 광주항쟁과 함께 살인마 전두환의 5공화국이 떠올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죽고, 사라지고, 고문을 받던 1980년대의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추운 겨울 또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야 하는구나. 아내는 서울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역사의 증인이 되고,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아내는 7일 날 아이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여했고, 나는 전주 집회에 참여했다. 그렇지 않아도 쫒아내고 싶었는데 자기펜덤과 과대피해망상에 빠져서 스스로 자기 무덤을 빨리 팠다는 고소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멈칫했다. 놀란 민중들, 국격 추락, 경제 피해 등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었다. 그러다가도 민중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몇 년 주기로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가야 하는가 하였다. 군사독재와 민주화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MZ세대들에게는 살아 있는 훌륭한 민주 교육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정치인을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이른바 지도급 인사들과 지성들은 무엇을 했는가 탄식도 깊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투쟁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보다 근원적으로 한국사회를 진일보시키려는 문제의식과 실천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2. 대한민국은 총통제 - 누구도 나를 대표할 수 없다
사실상 대한민국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총통제다. 계엄해제 요구권이 국회에 있지만 국회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예산 거부권, 법률거부권, 수백명 공공기관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감사원장, 총경 이상 경찰관, 검찰총장 임명권 또는 해임권 등 총통제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사회체계 전체적으로 권력은 분립되어야 한다. 수평적 권력 분립도 필요하지만 아래로의 권력 하방이 더 필요하다.
이 지면 "신생전북 30회"에 "누구도 나를 대표할 수 없다"며 나는 이렇게 썼다.
"진실한 민주주의라면 어느 누구도 나를 대표하거나 대변할 수 없다. 주권위임에 의한 근대정치제도는 민주라고 할 수 없다. 필자는 이상적인 직접민주제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의제를 하더라도 그게 민주라고 사기치지 말자는 뜻이다. 3500여 개 읍면동마을회의의 파송인으로서 국회를 생각한다. 4년 지역구 선출이 아니라 연합의 연합원리에 따라 상급이 아니라 하급인 광역에 더 하급인 국회에 파송인을 보내는 평의회제를 생각한다. 임기 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읍면동 필요에 따라 국회에 파견될 수 있다. 어떤 때는 미용원, 통닭집, 쌀집아저씨, 편의점 알바생이 의회에 한 회기 임기로 파송될 수 있다. 전국구는 지금처럼 정당 출마자에 의한 비례로 선출하고, 지역구 단위에서는 추대, 제비뽑기, 선거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연합의 연합에 의해 기성국가가 해체될 경우에도 역시 정부가 존재할 것이지만 이 정부는 5천 년 된 국가와 다른 연합행정체다. 지금까지 국가는 적대하는 타자였다. 전환이라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적대하는 타자인 기존 국가’와 단절하고 ‘자유롭고 우애로운 타자로서 새로운 국가’(아마도 국가가 아닌 다른 것으로 불러야 하겠지만)를 생성하는 일이다. 이 새 국가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와 연합의 연합행정체다. 당연히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마주치는 원리도 달라져야 한다. 적대하는 타자인 국가로부터 탈주하여 자유롭고 우애로 가득한 타자로서 연합의 연합으로서 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봉건국가가 붕괴된 것처럼, 근대국가체제 또한 붕괴될 날이 올 것이다. 사회체제에 영속성은 없다."
우리는 많은 경우 국가를 의지처, 보호자 등으로 생각한다. 짝사랑일 뿐이다. 국가는 스스로는 좁쌀 한 톨도 기르지 못한다. 국가는 필요하지만 그 국가는 민중의 자기통치 연합체야지 나를 대신하거나 대표한다는 현체제의 짝퉁 민주국가가 아니다.
3. 파시즘인지도 모르는 연성파시즘 시대
안녕을 묻기가 부끄럽고 참담한 때다. 나는 쿠데타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것 같아 참담하고, 준비하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이다.
자본파시즘과 자연에 대한 인간파시즘, 어떤 주체성을 타자에게 강요한 주체철학은 근대를 재국주의 파사즘으로 물들였다. 파시즘은 몽둥이 통치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근대공화정이라는 집은 기후난민, 노동난민, 생각의 난민, 전쟁난민, 빈곤난만들에게는 늘 파시즘이다. 쿠데타로 깜짝 놀란 가슴은 우크라이나, 가자에서의 인간 학살, 서방과 유엔에 의한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식량학살, 열대림의 파괴 등에서는 깜짝하지 않았다. 분개하지만 '그런갑다'였다. 나는 타자의 죽음들에 절절하지 않았다. "벌거벗은 인간들은 왜 동물들 앞에서 부끄러워 하지 않는가"라는 데리다의 절규가 생생하다. 우리는 은연 중에 순종, 잡종하는 차별의식을 가지는데 이게 파시즘이다.
민중들이 자기통치를 버리고 대의정치에 의존한다면 반동으로의 회귀는 늘 있는 문제다. 계엄령 같은 공공연한 폭력이나, 안갯속에 숨은 연성 폭력이냐는 차이일 뿐이다. 나는 한국에서 민주당과의 연합전선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독자대오 속에서의 연합이다. 이번에도 지속가능한 민중연합전선은 건설되지 않고, 민중들이 든 촛불은 민주당에 바친 공양미 천만 석이 되고 말 것이다.
왜 민중들이 5년에 한 번 꼴로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어야 한가? 계엄이 미친 인간들 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전망 없는 한국정치의 문제라고 보인다. 양비론, 다비론도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출구 없는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
흘러간 옛노래의 동학, 노자....따위에 홀려서 21세기의 예수, 수운, 노자가 되지 못하고 근대의 눈으로 조금 달리 그들을 복고할 뿐이다. 미구에 닥칠 기후파시즘과 산업전환 파시즘이 아니라, 이미 그 파시즘은 우리 안에 가득하다. 신안군 갯벌에 태양광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파시즘이 아니면 무엇인가? 동물 사랑을 권장하지만 동물산업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카길, 몬산토 같은 거대한 식량사료자본에는 왜 분개하지 않는가? 동물산업이라는 말 자체가 파시즘이다. 알고리즘 폭력은 어떤가? 국가가 학력을 공인하는 제도는 폭력이나 아닌가? 지역소멸 파시즘은? 사라지는 지역의 중늙은들에게들은 다가오는 죽음과 소멸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4. 7공화국 수립 투쟁으로 - 6•29선언과 문재인 촛불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60이 넘어서도 거리로 나서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987년 6월항쟁 때였다. "계엄이 내리네" 하는,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서 민중들은 전국 각지에서 화염병과 짱돌로 학설저 전두환 정권과 싸웠다. 활화산처럼 들끓던 거리는 군산반란 수괴의 하나였던 노태우 민정당 총재가 한 "6•29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잠잠해졌다. 민중연합전선은 와해되고 민주민중세력은 두 갈래 길을 갔다. 민주당 "비판적 지지"와 "민중독자정당"으로 갈렸다. 어느 게 옳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둘 다 옳았으면서 둘 다 틀렸다. 현실적으로 민주당 집권이 대안이었고 백기완 민중후보는 사퇴했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연합전선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고 본다. 민주당 비판적 지지는 옳았지만 독자대오 없는 지지는 "묻지마 지지"와 같은 것이었다.
한동훈에게 국민은 주권을 위임한 적이 없다. 쿠데타 수괴가 당에게 권력을 준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한동훈이 노태우 흉내를 내는 꼴은 볼 수 없다.
박근혜 탄핵 때처럼 탄핵 소추안 가결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제야말로 기후정의, 생태, 노동, 산업전환, 평화, 남북, 이주민, 지방정부급의 자치연방, 시민기소위원회(대배심제), 지역사법, 토지정의, 지역소멸 등의 사안을 깊고 넓게 공유하면서 7공화국 수립 투쟁을 전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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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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