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0일 14시18분
[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고창 운선암마애여래상
“운선암마애여래상 전설에서 민초의 간절했던 불심을 보다”
운선암마애여래상은 입상과 좌상이 있다. 마애여래입상은 운선암 뒤쪽 야산을 100m정도 올라가면 넓은 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거대한 자연암석 위에 새겨져 있다. 이 마애불은 각시바위(양춘암)라고 부르는 커다란 바위가 좌우로 여러 불상을 새길 수 있을 정도로 반반하지만, 한가운데 큰 바위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조형 기법인 고부조로 새겨져 있다. 마애입상의 높이는 270cm, 몸길이 230cm, 머리길이 51cm, 대좌높이 40cm, 대좌폭 113cm이다.
불상의 머리는 소발로 커다란 육계가 처리되어 있고, 얼굴은 둥글고 눈은 반개하였으며 꽉 다문 입은 얼굴에 비해 작고 입술이 얇다. 양 어깨가 둥글고 당당하며 우견편단식 대의를 입고 있다. 왼쪽 어깨에서 사선으로 흘러내린 옷자락은 층단형을 이루며 표현되었다. 왼손은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길게 내려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였는데 손바닥 중간에 법륜으로 생각되는 이중원이 새겨져 있다. 대좌는 1판에 2잎이 조각된 앙련의 연화좌로 고려 시대 마애불에서 흔히 나타나는 복판 앙연좌이다. 오른 손에는 보주(寶珠)의 문양이 새겨져 있어서 병을 고쳐 주는 부처인 약사불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마애불입상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오고 있는데 가슴 아래 잘린 부위에서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닦아도 계속 흘러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절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던 독신녀의 가슴을 스님이 더듬었는데 이 여인은 절통하여 스스로 가슴을 자르고 자결하였다는 것이다, 스님은 참회의 뜻으로 죽은 여인을 기리기 위해 암벽에 여인의 초상을 조각하였는데, 그 즉시 먹구름이 끼면서 가슴이 떨어지고 피가 흘렀다고 한다, 지금도 남아 있는 듯한 입상의 치마 자락에 보이는 붉은 색의 흔적이 그때의 피라고 전해지고 있다.
마애불좌상은 선각으로 조각되었는데 2조선(條線)의 원형 광배를 갖추고 2조선의 신광을 두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보아 보주형 광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육계가 높고 얼굴은 마멸이 심하여 정확한 표정을 알 수 없으나 귀가 길게 표현되었다. 왼손을 들어 어깨 부분에서 밖을 향하도록 표현되었고 오른손은 오른쪽 무릎 위에 단정하게 내려놓았다. 두겹의 선을 두른 광배 내에는 광선을 도상화하여 표현한 듯, 수평적인 선처리가 보이고 있다. 법의는 양 어깨를 덮고 흘러내린 의습이 표현되어 있어 통견인 듯하며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의습선은 무릎까지 표현되어 있다. 연화좌의 대좌는 바위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좌상의 높이는 233cm, 몸길리 155cm, 머리길이 56cm, 광대폭은 195cm 이다.
부처의 몸이나 받침대, 부처의 광명을 상징하는 머리 뒤의 장식인 광배(光背)는 모두 선으로만 처리하였지만, 연꽃 받침대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으며 발가락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마치 돌에 새긴 것이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애불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은 바닥을 바깥쪽으로 향하였으며, 모든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는 듯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에 유행하였던 선각 마애불의 형식을 보여 주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마애여래상을 추산봉 산 중턱에 있는 바위에 거대불상으로 새기면서 부처님께 기원했던 민초들의 간절한 불심이 남겨 놓은 문화유산에 감동하며, 성송면은 수사공 강응환 가전유물, 암치리 선각석불좌상, 무송리 석불좌상, 산수리 지석묘, 하고리 왕버들나무숲, 사내리 당산 등이 국가유산 및 시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니 문화산책의 시간에 찾아보시길 권유드려 본다.
/이승연(철학박사,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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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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