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1일 14시16분
[생의 한가운데]“기꺼이 선동(煽動)당하다”
29살, 중학교 교사로 있으며 교육시민운동을 하고자 학교를 나왔다. 우연히 한국 최초로 여기자로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었고, 신문사 논설위원을 하고, 말씀을 야무지고 세련되게 하며 평생 독신으로 이젠 고인이 되신 하얀머리에 소비자운동의 대모이신 정광모회장님을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지역에 소비자단체가 필요하니 전주에서 소비자운동을 하라며 한마디로 선동했고, 편안말로는 꾀었다. 12월3일은 국회에서 소비자법이 통과한 기념일로 [소비자의날]이다.
지난주 3일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36년전 나쁜 선동이 아닌 선한 선동을 당함이 얼마나 기쁘고 내 삶이 어떻게 바꾸었는지 되돌아 보았다.
이후 1995년 12월3일 소비자의날 기념식에서 정광모회장 선동에 소비자운동에 입문한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정광모회장님과 함께 ‘제1회 소비자의날’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36년 동안 소비자단체는 직장이 되었고, 또 4년의 출현기관 단체장도 했으며, 아이둘도 잘 키워 출가 시켰으니 기꺼이 정광모 회장님의 선동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후 회장님은 기업들과의 마찰로 힘들고, 사무실 운영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나 멘토처럼 나타나 또 선동하셨다.
“한 겨울 어두운 저녁에 집에 가던 7살 어린아이가 멘홀에 빠져서 크게 다쳤는데, 멘홀 공사를 하던 업체가 위험표시를 하지않았고, 감독기관도 소홀 했다면, 어린아이가 다친 것은 아이 잘못이 아닌 어른들 잘못이네, 이런것에 대하여 시정하지 않고 눈감고 있다면 다음엔 멘홀에 더 어린 5살짜리 아이가 빠져 사망할 수도 있으니 소비자운동은 상품만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에 까지 ‘소비자는 안전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니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시며 해주시던 멘홀 철학을 30여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고 있다.
24년도 올한해를 정리하면서 혹시 누군가를 선동해서 행복하다면 다행이지만 잘못 선동으로 원망을 당한 일은 없는지 되돌아본다. 문득 15년전에 만난 A박사가 생각난다. 연구원인 그녀가 필자처럼 새전북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칼럼은 현장 곳곳을 누비며 발로 쓰는 글로 칼럼을 읽다보면 읽어주는 오디오처럼, 어느땐 라디오 연속극처럼 상상을 하게 되었고 칼럼을 모아 책 낼것으로 선동하였다. 선동한 댓가로 책을 몇권 발간 한 경험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에 그녀의 초본을 받아 부족하지만 카페에서 만나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드디어 그녀의 책이 나왔다. 오지랖이지만 후배를 위하여 작은 자축연을 열어 줄까한다. 그녀는 이번 경험으로 다음주제의 책이 나올 수 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얼마전 어느 칼럼에서 읽었던 글귀가 생각난다. 선동 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아무도 선동하지 않는 삶은 얼마나 재미없을지 모른다고 하였다. 필자역시 선동을 통하여 소비자운동가의 길을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하였고 그녀 역시 선동을 통하여 이제는 작가의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선동을 했는지 당했는지 이번 계엄이 위헌인가 아닌가를, 또는 계엄선포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본다. 암만 생각해도 답이 없다. 그는 누구의 선동으로 계엄을 선포했나? 12월3일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계엄이라는 블랙홀로 온 나라가 빨려들어가고 있고, 날마다 새로운 사실에 무섭다.
반세기 만에 군을 시민의 적으로 내몬자들을 응징하지 않고는 어느해, 어느 겨울, 어느 봄날 우리는 또 다시 계엄을 선포하는 긴급담화를 볼 수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계엄을 선포한, 선동한 자들의 그 배경을 샅샅이 밝혀 응징하여야 한다.
12월 지금은 한 겨울이다.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내자며 도민들은 김치로 옷으로 쌀로 현금으로 돕는 기사가 넘쳐난다. 이는 분명 착한 선동이다. 내년에도 옳은 일이라면 함께 하자고 선동하고 또 기꺼이 선동 당하며 살아 갈려고 한다.
/김보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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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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