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2월 11일 15시20분
[금요수필]진정한 삶의 가치관 정립은
김형중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장밋빛 미래만이 아닌, 현실 뒤에 가려진 밝지 않은 그림자도 함께 말해주면서 화려하고 높게 되는 것만이 성공과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즉 어두운 면과 밝은 사회의 현실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것 또한 기성세대들의 몫이며 책임이다. 아마도 우리는 직분에 적응하기 위해서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날마다 되풀이하는 현실을 살고 있다. 사람들 간의 오래된 사회적 연결고리가 끊겨 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돈과 권력이 곧 정의로 통하는 정글의 법칙이 득세하는 절벽 끝에서 바라보는 세태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주소다. 옆에 있는 사람이나 기성세대를 과연 믿어도 괜찮을까? 소상공인들의 아우성과 치솟는 물가로 인한 불안한 사회현실이 열심히 살려고 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누구나 성공을 원하면서 살고 있지만, 부와 명예와 권력은 늘 편중되기 때문에 모두가 고루고루 성공하는 사회는 불가능하다. 재능과 노력이 합쳐져 시대와 사회적 환경을 잘 만나야 자기가 바라는 성공에 이를 것이지만, 이 요건마다 필수적으로 운(運)이 따라 주어야 한다. 재주와 능력은 부모의 DNA가 따라야 하고, 노력은 개인의 의지와 엄격한 자기통제가 성공의 키워드(key word)다. 이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하더라도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을 적합하게 만나지 못하면 모두가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땅에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에게 부탁해보자.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서민이나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행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갑질을 하지 말고, 최소한 가식일지라도 겸손하기라도 해야 서민들이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품고 살지 않겠는가? 성공한 원인이 오로지 금수저 혜택이나 노력의 결과로만 절대화할 때, 우리 사회엔 천박한 정신적 단층이 이루어질 뿐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서 17개국을 대상으로 2021년 실시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란 조사에서 14개국이 가족을 1순위로 꼽았다는데 유일하게 한국인은 ‘물질적 행복’을 1순위로 ‘건강’을 2순위로 ‘가족’은 3순위였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한국 사람들은 ‘가족’보다도 ‘물질적 풍요, 즉 돈’에다 행복의 가치를 맞추었다고 하는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 성공과 행복, 재능과 취미를 혼동하지 말자. 일손을 덜어주는 세탁기와 세척기와 인스턴트식품의 시대가 열리면서 주부들의 시간이 여유롭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성을 형성시키는 따뜻한 모정의 손길이 깃들지 않았기에 인간중심의 포근함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개인마다 추구하는 고지가 다른데, 진정한 삶의 가치관 정립은 무엇이 옳은 답이 되려나?
김형중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전북문학관운영위원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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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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