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2일 15시28분
[온누리] '꽝꽝나무와 이 옹(翁)'
20년 전 정읍시 신정동은 주로 논과 밭 그리고 숲이 있었고, 옹기종기 집 몇 채가 있을 뿐이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를 비롯해 정부 출연 연구소 분소들이 들어서고, 이를 기반으로 첨단산업단지가 들어 선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최근 취재현장에서 RFT 산단 조성시기에 소통의 아이콘이 된 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읍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객지에서 생활하다 낙향한지 거의 30년이 된다는 이인수옹이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 옹은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요양차 내려왔다가 고향이 좋아 여태껏 살고 있다.
2005년 정읍은 매우 시끄러웠다.
정부출연연구소인데 방사선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서울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 정읍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옹은 본인이 직접 나서 주민협의회를 조직하고 연구소 유치 운동을 전개했다.
이 옹은 인근 8개 마을 200여 가구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연구소 관계자들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배운 연구소의 미래 가치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때로는 주민들을 데리고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하고 직접 첨단 과학서적을 보며 공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로인해 이 옹은 대전 원자력연구원을 스무번 정도는 방문했을 정도였다.
이 옹의 집이 연구원 직원들의 사랑방이 될 정도로 소통의 장이 됐다는 게 한결같은 후일담이다.
결국 이 옹이 중심이 된 주민협의회의 노력을 통해 국가에서 필요한 국책기관이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연구기관인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정읍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연구소 준공식에서 이 옹은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그간의 활동을 정부에서도 인정했던 것이다.
한동안 이 옹을 찾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요즘은 뜸해졌다.
거의 20년이 흐른 지금 이 옹을 기억하는 연구소 직원들은 거의 없다.
다만 그가 기증한 꽝꽝나무 한 그루가 말없이 의연하게 과거를 품에 안고 연구소의 한 켠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바람처럼' 이제 세월이 흘러 아흔의 나이에 접어든 이 옹은 “초창기 몇 개 안 되던 연구소 건물이 어느덧 28개동이 되고 몇십 명 안되던 직원이 2백여 명을 훌쩍 넘긴 그 세월 속에 기억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연구원들과 직원분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과학과 기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활동들이 경쟁력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아흔을 넘긴 이 옹에게서 이타적 삶의 지혜와 인내의 교훈을 담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정신을 배운다. /정종인(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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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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