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5일 15시05분
[메아리]응원봉연대가 만들어낸 K민주주의
12.3 비상계엄 후 12월 7일 국회 앞 탄핵 집회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모습들이 있었다. 어두워지면서 형형색색의 응원봉들이 아름다운 빛의 바다를 이루며 본 무대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전국 뒤로미루기 연합’, '방구석 게임매니아 연합' 등 풍자와 해학이 담긴 깃발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특히 2030세대가 행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어떻게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이지 궁금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도 LED 촛불이나 K팝 문화의 상징인 응원봉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응원봉 연대'의 계정을 만들고(김지연·27),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고(김민솔·17), 집회 현장에서 깃발을 든(김정현·가명·21) 세 명의 여성은 2016년 탄핵 당시 ‘응원봉 연대’라는 원조 계정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6일 밤 ‘전국 응원봉 연대’로 계정을 만들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글이 1만 개 이상 인용(RT)되고 오픈채팅방에 1천 명 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시위 혼자가는 거 무서운 사람들 응원봉 들고 모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결국 2030세대 상당수 참가자들이 촛불 대신 각자 좋아하는 K팝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으로 모여 응원봉이 연대의 고리가 된 것이다. 집에 모셔두고 아끼고 쓰다듬다 콘서트나 팬미팅 등 현장에서 한 번씩 꺼내는 응원봉을 지금 광장에서 꺼내든 것이다. 응원봉은 오랫동안 소중히 여긴 마음이 담긴 물건으로 이것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안고 있다.
12월 7일 탄핵 집회에서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쉬'가 울릴 때는 젊은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제자리에서 뛰면서 "탄핵, 탄핵, 윤석열", "(국민의힘) 투표해, 투표해"를 외쳤다. 로제의 '아파트'에는 20·30대가 몸을 흔들며 간주마다 “사퇴해 사퇴해, 윤석열 사퇴해'라고 했고, 윤수일의 '아파트'에는 40대 이상의 참가자들이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으로 박자를 맞췄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K팝과 함께 외쳐지자 프랑스 통신사 AFP는 "시위대는 K팝에 맞춰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들었다.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대가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을 든 모습은 정치 집회라기보다 케이팝(K-pop) 콘서트장과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탄핵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은 일반적인 정치적 시위보다 더 젊어졌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 나이 든 세대와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에 맞게 탄핵 집회 주최단체도 온라인상에서 함께 떼창하기 좋은 노래, 추위를 날려버리는 노래,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는 노래 등을 추천받아 '탄핵집회 플레이스트 신청곡'을 공개적으로 준비했다. 이런 분위기는 급속도로 전파되어 전국 주요도시에서 열리는 탄핵 집회 현장마다 K팝과 응원봉들이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국민의 열망이 모여 드디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 가결이 이루어졌고 이날도 어김없이 K팝과 응원봉의 아름다운 물결이 여의도를 수놓았다. 다만, 국민의힘 찬성표는 12표로 예상보다 적었고 박근혜 탄핵 당시 234표 찬성에 비해 30표나 적다. 헌법재판소 심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어 갈 길이 멀다.
탄핵 소추가 이루어져 한 고비를 넘긴 시점에 응원봉연대는 광화문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한다. 2030세대는 그들만의 특유의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새로운 K민주주의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기회를 급속하게 맞이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동안 정치권은 눈앞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과 연합과 협력으로 질이 다른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는 ‘정치전환의 기적’으로 세계 만방에 K정치, K민주주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기 바란다.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사회권선진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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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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