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5일 15시29분
[온누리]하도와 낙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는 동양철학의 근간이자, 풍수의 기본이다. 수천 년 전 황하를 정비하던 복희씨는 물속에서 솟구치는 말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그 말의 머리는 용을 닮았고, 몸에는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이 점을 옮긴 것이 하도이다. 황하에서 얻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복희씨는 하도를 연구해 우주 순환의 원리와 철학 체계를 세운다. 그후 중국 최초의 제왕이 돼 진(陳)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다스렸다. 신의 전유물이던 불을 다스리는 원리도 하도에서 가져왔다. 이를 통해 인간이 불을 사용하도록 했으니 동양의 프로메테우스가 바로 복희씨다.
원리는 이렇다. 건(乾)은 하늘(天)이요, 곤(坤)은 땅(地)이라 하늘과 땅이 제자리에 섰으며(天地定位), 간(艮)은 산(山)이요, 태(兌)는 연못(澤)이라 산과 연못의 기운이 서로 통하고(山澤通氣), 진(震)은 우레(雷)요, 손(巽)은 바람(風)이라 우레와 바람이 서로 부딪히며(雷風相搏), 감(坎)은 물(水)이고, 이(離)는 불(火)이라 물과 불이 서로 쏘지 않는다(水火不相射)는 것이다.
이렇듯 복희씨는 우주 만상은 기본적으로 상대성 원리에 의하여 순환한다고 보았다. 하도를 보면 태극과 음양의 분리지점인 진(震)과 손(巽)을 연결하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대칭되며 마주 보면서 정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원리로 만물이 상생한다는 것이다.
낙서 역시 신화와 연관된다. 주나라를 세운 문왕이 낙수의 홍수를 정비하면서 거북이를 한 마리 건져 올렸는데, 그 거북이 등에 신비한 그림이 있었다. 낙수(洛水) 강가에서 나온 것이라 하여 낙서라고 이름 지었다. 문왕은 낙서에서 우주 만물의 이치를 밝혀 주나라를 세운다.
상하, 좌우, 대각선의 수가 모두 합하면 각각 15가 되는 마방진(魔方陣)은 낙서에서 왔다. 낙서의 점을 그대로 숫자화 한 것이다. 가운데 수를 빼고 두 숫자 합이 10이 되는 것도 같다. 또 동양의 병법이나 수리철학, 점복에 활용되는 구궁도(九宮圖) 역시 낙서가 기원이다.
하도가 천지의 생성 원리를 밝혔다면, 낙서는 천지의 운행 원리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는 하도에서 왔다. 음양(태극)과 8괘가 근원이다. 또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고 하는 한글에는 하도와 낙서의 원리가 담겼다. 모음인 천지인(天地人)은 하도의 음양, 자음은 낙서의 오행을 따랐다.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청와대의 풍수지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풍수를 떠나 국민 속 광화문 대통령을 꿈꿨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어렵자 포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며 용산에서 직무를 시작했다. 풍수가 문제가 아니라 순리에 따르지 않은 것이 더 컸다. 하도와 낙서의 원리처럼 민의에 순행했다면 지금의 비극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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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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