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7일 15시26분
[오늘과 내일]대한민국의 봄을 위하여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경 퇴근길에 오른 필자는 보좌관으로부터 믿기지 않은 긴급 전화를 받았다. 재차 확인해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10시 28분에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사실이었다. 국회에 도착해 보니 이미 경찰에 의해 정문이 폐쇄되었고 울타리에도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보좌진과 당직자, 시민들의 지원을 받아 경찰의 봉쇄를 뚫고 어렵게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계엄군이 국회에 들이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펼쳐졌다. 국회는 절차를 준수해 가며 12월 4일 새벽 1시경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계엄병력이 철수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안도할 수 없었다.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본회의장을 지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에게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내고, 3시간 30분이 지난 4시 30분에서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 선포가 해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체적·절차적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위헌․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의 일이었다.
그날 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반세기 전 과거로 후퇴했다. 국민들은 비상계엄과 군 병력이 동원되는 상황을 보며 충격과 불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어도 윤석열이 여전히 군통수권자의 지위에 있는 한 어떻게 또 다시 헌법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할지 알 수 없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8명의 동참이 절실했다. 그러나 12월 7일 진행된 본회의 탄핵소추 의결에서 국민의힘은 의총을 핑계로 본회의를 불참하여 의결을 원천 봉쇄했다. 전 국민적 공분 속에 7일이 지난 14일에서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내란(친위쿠데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대통령이 여당에 국정을 위임하는 비정상 체제가 아닌 헌법 절차에 따른 체제로 전환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12․3 내란사태로 경제는 물론 국방․외교까지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강한 회복력(resilience)을 보여줄 때다.
탄핵소추로 국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했지만 경제 불확실성 해소도 발등의 불이다. 외교 역시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내달 10일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패싱’도 막아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고 위기로 추락한 민생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
필자는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관련 법의 허점을 점검하며 4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시 국무회의 심의로 지연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의결된 계엄 해제 요구안이 대통령에게 도달되는 즉시 계엄 효력이 상실되는 「계엄 효력 자동상실법」, △탄핵 소추가 의결된 공무원의 보수는 50퍼센트 범위 내에서 감액하여 지급을 명시하는 「탄핵 피소추자 보수법」, △자연 또는 사회재난처럼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및 계엄 선포와 그 해제 시에도 재난문자방송 송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비상계엄 재난문자 송출법」,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 등 권한대행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대통령 권한대행법」이 그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라는 말을 남겼다. 필자의 입법은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24년 12월에 ‘서울의 봄’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를 잊지 않고 깨어있는 위대한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의 의미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맞서 민주주의를 온 마음으로 수호하고자 한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듯, 국민이 함께하는 한 ‘대한민국의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윤준병(정읍고창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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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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