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18일 13시46분
[오늘의 길목] 2024년 겨울, 희망을 보았다
위 글은 이번 촛불집회를 보고 쓴 글이 아니다. 2016년 12월,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촉구집회가 한창일 때 쓴 글이다.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이 뜨겁게 참여하여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목청 높여 요구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현장에서 주요 발언자 등 현장을 이끌어가는 층이 40~50대 층이었다. 과거 주요 민주화 시위나 집회를 주도해가는 주력층은 늘 대학생들이었고 이른바 넥타이 부대라는 시민이 그 뒤를 받치는 형태였다면 2016년 촛불집회는 주력층이 나이 든 시민들이고 대학생 등 젊은 층은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2024년 촛불집회는 2016년 촛불집회와 크게 달랐다. 10~20대 젊은이들이 집회의 주력층으로 등장한 것이다. 각 대학 총학생회의 규탄 성명도 과거에 비해 일찍 나왔고, 어른들의 촛불을 대신하는 젊은이들의 아이돌 응원봉이 더 강렬하게 반짝거렸고, 운동권 가요나 7080 가요를 대신해 아이돌들의 노래가 더 자주 불렸으며, 각종 언론방송의 인터뷰 영상에서도 청년층이 대거 등장하는 등 확실히 2016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2016년과 달리 이번 집회에서 젊은이들이 왜 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지는 충분한 연구와 분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세계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면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를 먹고 성장한다는 말이 절대로 허언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의 삶과 관련한 모든 권력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올바른 판단과 능동적인 참여가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국가경영의 기본 원리로 채택한 이상 모든 국민은 정치에 대해 더 많이 숙고하고 이해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얼마나 허약하고 위험한 것인지 간파했다. 그는 정치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민주주의는 우매한 정치제도이며 올바른 정치제도는 현명한 자에 의한 정치제도이다’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정치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또 정치인들은 어느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동시에 국민은 더 이상 독재도 쿠데타도 한 순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힘있는 국민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수준 높은 시민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참여는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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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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