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2월 19일 15시46분
尹 탄핵 전 한빛원전 수명연장 '기습 신청'
-한수원, 전남북 반발 무릅쓴 채 탄핵 전날 허가서 신청-주민들, "윤석열 정권의 핵진흥 정책도 즉각 폐기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윤석열표 핵진흥 정책도 즉각 폐기 처분해야 한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직전 말많고 탈많은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 연장용 운영변경 허가서가 원자력 당국에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운영변경허가 신청은 그 가부를 결정할 정부 심의가 본격화 된다는 의미다.
유영진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공동대표, 최재일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공동대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오현숙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도의원) 등은 19일 전북자치도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날인 지난 13일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운영변경허가 신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정국 혼란을 악용한 것 아니냐며 강력 규탄했다.
최근 4개월간 영광과 고창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반경 30㎞) 6개 시·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 과정에서 불거진 ‘최신 기술 미적용’ 논란과 ‘후쿠시마급 중대사고 대비 부실’ 논란 등도 열거한 채 “그동안 주민들이 수없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수명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데다, 운영변경허가 신청서에 그런 주민들의 우려가 포함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라며 성토했다.
그러면서 수명 연장 백지화에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수괴’로 탄핵과 함께 직무가 정지된 만큼 그의 대표적인 핵진흥 정책 역시 탄핵돼야 마땅하다”며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호남지역 지자체와 절대 다수 주민들이 반대하는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된 그 어떤 심사도 안된다”며 “원안위는 한수원이 제출한 위법한 평가서 본안을 비롯해 실체적, 절차적 흠결 투성이인 운영변경허가 신청서 모두 즉시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빛원전은 냉각수 누출사고나 원자로 격납철판 부식 등 이런저런 문제가 꼬리 물면서 지역사회를 놀래켰다. 현재 고창과 부안 EPZ 거주자만도 약 6만5,000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1·2호기는 2025년 12월과 2026년 9월에 각각 설계수명(40년)을 다해 폐로가 예정됐었지만, 현 정부 들어 수명을 10년씩 더 연장하는 쪽으로 급선회해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최근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신장수~무주 영동’ 송전선로 건설계획, 전남·북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 산업단지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계획 등 호남권 곳곳에 초고압 철탑 수백기를 건설하려는 계획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전력수급 정책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할 게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산업시설을 전력이 풍부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경우 경제적인데다 민원이 줄고 지역간 균형발전도 촉진할 것이란 기대다.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윤준병(정읍·고창),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국회의원은 지난달 18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그 첫 정책 토론회를 갖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지속된다면 농산어촌은 환경적, 경제적 피해만 남는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전북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공감대 속에 앞으로 국회 대토론회, 협의기구 구성, 민주당 주요 의제화 등을 통해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그 대안을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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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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