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복정권 - 2024년 12월 31일 14시59분
“온 누리에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훈훈한 사회-‘재봉틀’작은 마음…새해 희망의 등대로 확산
홀로 사는 독거노인 어르신의 주름진 눈가에 송알송알 눈물이 맺힌다.
생일 축하 케이크가 맛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복이 따뜻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평소 그리워했던 사람의 온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케이크, 인생사진(영정사진) 촬영에 내복까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여기에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건강하세요”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버린다.
보육원 아이들의 위시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갖고 싶었던 선물이 한가득 도착했다. 그것도 산타복을 입은 재미있는 아저씨가 직접 말이다. 여기에 삼겹살도 구워주는데,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산타아저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최근에 전달된 콩나물 3박스는 따뜻한 국물로, 반찬으로 아이들의 식탁에 차려지게 될 것이다.
눈보라 치는 어느 날, 한 음식점에 폐지를 모으는 빈 수레를 앞에 두고 세월의 역경이 역력해 보이는 할머니와 아들이 들어왔다.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왕족발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지만, 아들 앞에는 소주 한 병이 전부다. 머뭇거리며 몇 번씩 뒤적거리는 지갑은 비어 있다. 하지만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오늘은 공짜다. 아니 다음에도 공짜다. 올겨울도 매서운 추위에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음식점 주인은 그분들이 걱정이다.
온누리클럽 100여 명 회원들은 직업이 다양하다. 그만큼 재능도 각양각색이다. 음식점, 이삿짐센터, 사진관, 미용, 노래공연, 의사 등 그 밖에도 없는 직업이, 없는 재능이 없을 정도다. 회원들은 취약계층 이웃을 위해 재능을 봉사로 풀어내고 있다. 힘든 이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다음 봉사활동이 계속 기다리고 있어 흐뭇하기만 하다. 이상철 온누리클럽 회장의 전공(?)은 이삿짐센터다. 버려야 하는데 무거워 방치된 가구, 독거노인들의 집안 수리, 이사 등 무조건 달려간다. 다른 분야 회원들의 소중한 재능도 덤으로 따라간다.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다. 단지 행복과 사랑에 소외된 이웃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이처럼‘재’능과‘봉’사로 복지자원의‘틀’을 만들어 나아가는 사업이 전주시 ‘재봉틀’이다. 8월 말 100명을 목표로 재능봉사자 모집을 시작했는데, 시민들의 기대 이상의 관심과 호응으로 50여 일 만에 206명의 봉사자가 다양한 분야에 신청을 완료하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앞서 말한 정리 정돈 서비스를 비롯 출장 이미용 서비스, 대형 폐가전·가구 이동 지원, 방문 인생사진 촬영, 어른용 기저귀 지원, 우리 동네 상담약사, 고독 어르신 생신파티, 산해진미 음식 지원, 임플란트 지원 등 일상생활에 꼭 힘이 되는 25개 분야로 채워져 있다.
숨겨진 재능을 봉사활동에 쏟아붓는 이색 프로젝트 ‘재봉틀’.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훈훈한 사회를 만드는 작은 마음들이 새해에도 희망의 등대로 확산되고 있다. /복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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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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