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31일 15시53분
[특별기고]권력의 유혹, 민주주의의 시험대: 윤석열과 이승만의 거울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깨어있는 시민의식
첫째, 권력의 유혹은 강렬하고 때로는 파괴적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2년간의 장기집권 끝에 부정선거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유당의 3·15 부정선거는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켰고, 결국 4·19 혁명으로 이어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 위기를 초래했다.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사실상 영속적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지도자 모두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다. 이는 권력이 가진 유혹의 강도와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 반대세력에 대한 강경한 태도, 미국과의 밀착, 그리고 안보를 앞세운 통치 등 두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둘째, 이러한 권력의 일탈은 동시에 우리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되었다. 이승만 시대의 4·19 혁명은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사례였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결국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 64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시험대다.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은 우리의 제도적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 언론의 감시, 그리고 제도적 장치들이 권력의 일탈을 더 빠르게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두 대통령의 사례는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다. 이는 우리 정치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완전히 걷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분명하다. 이승만은 12년간 장기집권에 성공했지만, 윤석열은 임기 중반에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이 두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권력은 항상 견제받아야 한다. 아무리 선의의 지도자라도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참여와 감시를 통해 지켜져야 한다. 시민의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이다. 탄핵 제도와 같은 견제 장치가 있었기에 우리는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윤석열과 이승만의 사례는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이 거울을 통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유혹은 언제나 존재하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과 견고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이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거울을 통해 미래를 향한 지혜를 얻고,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가지고, 권력을 감시하며, 헌법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출 때, 비로소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김상근(고려대학교 연구교수 (공공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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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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