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02일 08시52분
[금요수필]웃음, 생활의 활력소
신팔복
웃음을 찾으려고 소공원에 갔다.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비둘기 떼가 내려앉아 싸라기를 쪼며 슬금슬금 사람을 스쳐본다. 참새 몇 마리가 잽싸게 끼어들어 한입 쪼고 파닥대고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는다. 할머니 손을 뿌리친 어린아이가 비둘기 뒤를 따라 아장아장 걷는다. 비둘기는 어리다는 것을 아는지 날아가지도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아이는 고사리 손뼉을 치고 웃으며 뒤돌아 할머니를 보고 손짓한다. 귀여운 그 모습에 할머니가 따라 웃는다. 할머니가 그네에 태우고 가볍게 밀어주면 까르르하고 소리 내어 웃는다. 어린이는 정말 웃음 천사다. 아이들의 웃음은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귀엽다. 이를 본 어른들도 웃고 나도 웃었다.
초등생들은 그네, 씨소, 미끄럼틀에 매달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을 차는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즐겁게 논다. 책가방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아이들은 작은 실수에도 스스럼없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마냥 즐거워 보인다. 저런 게 행복한 모습이지 싶다. 나는 언제 저렇게 놀았을까. 또 얼마나 웃었을까. 어린이들은 하루에 수백 번을 웃는다는데 어른들은 열 번도 웃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웃지 않는 날도 있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나는 거울을 본다. 언제 늙었는지 주름이 많다. 거뭇거뭇 기미도 끼어있다. 무뚝뚝한 할아버지 표정이다. 활발하게 웃던 옛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싶다. 그냥 한 번 웃어본다. 무척 어색하다. 그래도 눈매가 동그래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얼굴이 훨씬 밝아지고 명랑해 보인다.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며 즐겁게 웃던 날들이 떠오른다. 젊음이 좋았고, 친구가 좋았고, 그저 웃어서 좋았다.
나이 들며 노화는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웃음마저 잃는다면 말라버린 나뭇잎처럼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할 것이다. 아침을 여는 책에는 “긍정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희망과 웃음은 삶의 진정한 활력소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맨손체조를 하고 얼굴과 손을 비비고 애창곡도 한번 불러보자. 소리가 잘 안 나와도 목소리를 탓하지 말고 가사에 맞춰 박수하며 ‘하하하’ 하고 크게 웃어보자. 그것도 여러 번 웃자. 훨씬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옷장 속 새 옷도 꺼내입고 구두도 잘 닦아 신고 의젓한 자세로 거리에 나서보자.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먼저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인사해 보자. 마음이 훨씬 가볍고 즐거워질 것이다. 웃음은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다. “기뻐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기뻐진다.” 했다. 돈 들이지 않고 행복해지는 웃음, 긍정의 마음으로 웃어보자. 웃음은 전파력도 크다고 했다. 웃어서 나도 즐겁고 이웃도 즐거우면 서로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주지 않을까 싶다. 잠깐만 웃어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웃음이다. 나는 오늘 하루 얼마나 웃을지 생각해 본다. 새해에는 즐겁고 평온하기를 기대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한 해로 살고 싶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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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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