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02일 10시15분
차분한 그리움의 일관적인 주제 돋보여
모두 71편의 시를 4부로 구분했다. 모두 92편의 시를 제1부 거울을 보며, 제2부 엄마 냄새, 제3부 칠면조 같은 내 마음, 제4부 성산에 핀 쌍 백합꽃, 제5부 살기좋은 우리나라, 제6부 신선들의 야유회 등으로 소개됐다.
“떠나려 마음을 먹으니,/ 먼저 가신 부모님과 형제자매 조카들을/ 어서 만나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서둘러 행장을 차려입고 길을 나서려니,/ 둘러서서 애곡하는 자손들이 눈에 밟혀/ 발길이 차마 떨어지질 않누나.(‘입관식’ 부분)'
정휘립 시인은 “이승을 떠나는 자의 관점에서 생의 하직을 읊은 시 「입관식」은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면서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은 전환에 있다. 보내는 자, 즉 산 자의 관점이 아니라, 떠나는 자, 즉 죽은 자의 관점에서 ‘입관식’을 다룬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일상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시인이 느끼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담았다. 비가 내리는 날, 묘한 감정에 젖어 드는 듯한 시인의 문장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인은 비 오는 날 편지를 쓰듯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소멸의 순간들을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시적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감성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비 오는 날의 차분한 여운과 내면의 그리움을 잔잔하게 느끼게 한다.
이번 시집은 일상을 시로 승화시켜 소멸과 아픔,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게 전달,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따사롭게 전달하고 있다. 현대 사회 속에서 잊혀가는 것들을 재발견하고, 자연과 삶을 시적으로 풀어낸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더욱 돋보인다.
지은이는“평생 코흘리게 동무로만 살아와서 독서할 때도 동화책에 눈길이 가고 난해한 시집보다는 동시집이 끌린다”며면서“질제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어린이 같은 정신세계에 사는 자의 독백이라 펴내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했다.
여산은 1944년 익산 여산 출생으로 본명은 이영자다. 군산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교사로 43년을 봉직했다.ㅌㅊ 2000년 '지구문학' 수필 추천 완료로 등단했으며 2019년 '대한문학' 신인상으로 시단에도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상, 문채문학상, 향토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수필집 '아름다운 인연', '하얀 꽃그늘 아래 누워서', '향수', '마음 밭 잡초를 뽑으며',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을 펴냈다.
시인은 산수(傘壽) 기념으로 이번 시집을 발간하고 지난달 28일 전주 연가 무궁화홀에서 문인 및 친지·가족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지면 : 2025-0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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