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06일 13시48분
우즈베키스탄3
도시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기원전 4000년경 세계 최초의 문명 중 하나로 꼽히는 수메르 문명을 포함하며, 이후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제국 등 강력한 문명의 요람이 되었다. 초기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비옥한 충적평야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이는 농업의 발달과 인구 밀집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초기 도시는 신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자 도시의 경제적, 정치적 중심지로 기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전의 중심성이 점차 축소되고 왕권이 강화되는 행정 중심지가 부상했다. 이는 단순히 도시 구조의 변화를 넘어, 도시가 종교적 중심지에서 세속적 통치 중심지로 이동한 과정을 보여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교역로와 교통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이다. 교역과 경제 활동은 초기 도시의 생존과 발전을 가능하게 한 주요 동력이었다. 이러한 경제적 활동은 도시 주변의 배후지 자원을 적극 활용하며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북쪽의 아시리아 도시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교역로를 통제하고, 남쪽의 바빌로니아 도시는 문화와 경제의 융합을 통해 번영을 이루었다. 이러한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의 발전은 단순히 지역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 문명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풍부한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현대 도시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시의 기원에 대해 논할 때,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의 차탈회위크는 빼놓을 수 없는 사례이다. 기원전 7400년부터 약 6200년까지 번영했던 이 신석기 시대 정착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차탈회위크는 도시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건축적, 경제적, 사회적 특징을 보여준다. 주택들은 진흙벽돌로 지어졌으며, 가옥은 밀집된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도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주자들은 지붕을 통해 이동하며, 이는 방어 목적을 위한 독특한 설계로 해석된다.
또한 주거지는 단순히 생활 공간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기능을 겸했다. 집 내부에는 벽화와 동물의 머리로 장식된 제단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당시 사람들이 자연과 초월적 존재를 깊이 연결시켜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차탈회위크 주민들은 농업과 목축을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경제를 유지했다. 밀, 보리와 같은 곡물 재배와 양, 염소 사육은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또한, 흑요석 같은 자원을 교역하며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유지했다. 이러한 활동은 차탈회위크가 단순히 고립된 정착지가 아니라 초기 도시로서의 기능을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중앙아시아의 도시 형성과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마라칸트이다.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교차점으로 발전했다. 기원전 8세기 소그드 문명으로부터 시작된 사마르칸트는 이란계 문명권의 영향을 받으며 초기 도시로 성장했다. 이후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은 사마르칸트를 헬레니즘 문화와 접목시키며 새로운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이 시기는 도시 구조와 건축에서 그리스적 요소가 혼합된 독특한 양식의 발달을 가능하게 했다.
본격적인 도시 문명 발전은 이슬람이 전파된 이후로 보고 있다. 8세기 아바스 왕조의 통치하에서 이 도시는 이슬람 문화와 과학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학문적, 상업적 중심지 중 하나로 꼽혔다. 레기스탄 광장은 이러한 발전을 상징하는 장소로,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마드라사와 모스크들이 세워졌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장소가 아니라, 지식과 문화가 교류하던 핵심 공간으로 기능했다. 또한, 울루그벡 천문대와 같은 과학 시설은 사마르칸트가 세계적 수준의 과학적 연구를 수행했던 도시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사마르칸트의 발전은 외부 세력의 침입과 정치적 변동으로 인해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가장 큰 쇠퇴의 원인 중 하나는 몽골 제국의 침입이었다. 1220년 칭기즈 칸의 공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며, 이는 사마르칸트의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 침입은 단순한 물리적 파괴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정체성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몽골 제국 이후 사마르칸트는 14세기 티무르 제국의 수도로 지정되면서 재건의 기회를 맞았다. 티무르는 도시를 자신의 제국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사마르칸트는 다시 한 번 번영의 시기를 누렸다. 하지만 티무르 왕조의 몰락 이후 사마르칸트는 정치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16세기 부하라 칸국의 부상은 사마르칸트를 정치적 주변지로 밀어냈으며, 이는 도시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사마르칸트의 쇠퇴는 교역로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번영했던 사마르칸트는 해상 교역로가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경제 기반을 약화시켰으며, 그 결과 인구 감소와 도시의 축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쇠퇴 속에서도 사마르칸트는 문화적 유산을 유지하며 현대에 이르러 복원과 재건의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유산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사마르칸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로, 과거의 영광을 현대적 맥락에서 되살리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레기스탄 광장과 같은 주요 유적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사마르칸트가 단순히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의 형성과 발전 과정은 단순히 건축적 변화가 아닌, 그 속에서 이루어진 사람들의 삶의 방식, 정치적 구조, 경제적 네트워크, 그리고 문화적 상징성을 반영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사마르칸트가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은 우리에게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준다. 이러한 도시들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인간 문명의 복잡성과 풍요로움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정빛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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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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