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09일 14시36분
[전북의 창]광주가 보였었다
친위쿠데타로 내란을 일으켜 탄핵된 윤석열 씨가 자신에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병으로 전락한 대통령 경호처의 뒤에 꼭꼭 숨어 있다. 은박 담요를 두른 채 눈을 수북이 맞고서도 그 자리를 고수하며 탄핵 집회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 우리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인간이 아니다.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破廉恥)다.
사람은 염치를 알아야 한다. ‘염치(廉恥)’는 ‘부끄러움’을 뜻하는 ‘치(恥)’와 ‘청렴함’을 의미하는 ‘염(廉)’이 합쳐져 만들어졌으며, 사람의 도리와 자존심,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도덕적 의식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이다. 염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치는 리더로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정치인이라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에선 염치를 잃은 행동이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행동과 발언들이 ‘염치없는 모습’으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국가의 신뢰와 국민의 자존감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특히 ‘윤석열의 몽니’라는 표현이 주목받았었다. 몽니란 고집이 세고, 자존심을 내세우며 상황을 무리하게 끌고 가려는 태도를 뜻하는데, 이는 염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기준에 반하는 행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자기 고집’을 내세우며 중요한 정책이나 법안에 대한 대립을 이어갔고, 때때로 정치적 논쟁에서 자기 뜻을 항상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마다 국회와의 협상을 거부하거나, 여론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정치적 책임감은 무시한 채 자신과 측근들의 정치적 이득만을 우선시하는 행동으로 비난받았다.
이러한 윤석열의 모습은 딱 염치를 잃은 태도이다. 염치는 자기 고집을 버리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하고, 타인과의 협력보다는 대립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바로 염치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열심히 대통령 일만 할 테니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던 그가 시장을 찾은 다음 날인 2024년 12월 3일 밤 느닷없는 계엄을 선포했다.
필자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와 가까운 거리인 전북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계엄을 겪었다. 전두환 일당은 언론을 통제하고, 통신을 끊었으며 통행을 규제하는 바람에 당시 직접 광주를 목격하진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광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당시의 참상을 담은 사진첩을 볼 수 있었다. 충격을 넘어 끝없이 치솟는 적개심을 느꼈다.
그런 계엄을 2024년 대명천지에 명분도 하나 없이 윤석열 대통령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선포해 버렸다. 당연히 광주와 오버랩되며 그다음의 광경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독재가 다시 시작되고, 주변이 도탄에 빠진다면 이에 분연히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했었다. 국회의 빠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상상하기도 싫은 그런 광경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선 한 달이 지난 현재 우리는 다시 절망에 허덕인다. 몇몇 법꾸라지들의 혹세무민이 판을 치고, ‘염치를 잃고서도 얼굴을 두껍게 하자’는 말도 안 되는 말로 포장을 한 몇몇 정치인들이 우리를 흔들고 있다. 부화뇌동하는 일부 국민들도 그렇다. 그들은 진정 1980년 광주의 모습을 바라는 것일까? 정말 가슴이 멘다. 빨리 윤석열을 잡아 가두고서 추상같은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것뿐이다.
/조영동(전 정읍문화도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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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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