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09일 14시38분
[온누리]동주와 몽규
이런 생각들로 불면의 밤을 보내며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절친이자 동지인 애국지사 송몽규의 삶을 다룬 ‘동주’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한국영화계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여러편 된다.
배우 전지현, 조진웅 등이 출연한 영화 ‘암살’, 의열단과 밀정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는 ‘밀정’이 있고 암살과 밀정 사이에 2016년 영화 동주가 개봉을 했다.
‘동주’는 민족시인 윤동주(1917~1945)의 일대기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민족시인 윤동주(강하늘)와 애국지사 송몽규(박정민)의 관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영화 ‘동주’는 일제 강점기 나라의 독립과 생존을 위해 만주로 떠나야 했던 선조들의 삶과 일제의 야욕이 만주까지 영향을 미친 엄혹한 세상에서 시를 쓴 윤동주 시인, 혁명가를 꿈꾸며 옥사하기까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사촌 송몽규 열사의 삶을 통해 조선 독립을 향한 청년들의 고민과 저항을 흑백으로 담아냈다.
또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지식인의 고민도 있지만 친구이자 때론 라이벌이며 사촌간인 두 주인공의 브로맨스가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지속된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후 문학잡지를 준비하던 중 설전을 벌인다.
“시는 아무나 쓰는 것, 시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몽규에게 동주는 말한다.
“정치적 이념과 사회관념에 머문 글도 이념의 뒤에 숨는 것.” 그러면서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떨리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이들의 고민에 대해 정지용 시인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진짜 부끄러운 것이다”라고 부끄러움의 정의를 내려주었다.
탄핵반대를 외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영화 마지막 즈음 동주와 몽규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극명으로 드러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일본 형사의 집요한 추궁과 독립운동을 인정하라고 들이미는 서류에 몽규는 독립운동을 더 치열하게 하지 못한 게 한스러워 서명을 하고, 동주는 그렇게 하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 거부한다.
그리고 그 둘은 독립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몇 달 사이에 실험실의 생쥐처럼 알 수 없는 약물투여를 받으며 일제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된다.
면회를 온 아버지에게 몽규는 “뼈 하나도 일본에 남기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내가 저 시절을 살았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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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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