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13일 08시43분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마음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 전시
이 상여는 1856년(철종 7)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최필주의 장례 때 제작했다.
전주최씨 통덕랑공파(通德郞公派) 21대손인 최필주(崔必周)의 시신을 장지까지 운반하던 기구이다.
최필주는 대단한 부자였다. 그가 죽음에 이르자 맏아들이 경남 통영의 조각공을 초청하여 만들게 한 것으로 6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개인 상여로 보관하던 것을 ‘진주화단친목회’에서 구입, 사용하다가 1994년 나라에 기증함으로써 현재 서울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상여 명칭은 최필주의 후손 중 고령군수를 지냈던 사람이 있었으므로 관직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경남 진주에서 사용했던 이 상여는 4층 누각의 기와집 형태로 독특하다.
긴 멜대 위에 4층 기와집 형태의 몸체가 조성되고 맨 위에 햇빛을 가리기 위한 넓은 천이 쳐있다. 1, 2층 아래 부분에는 난간을 두르고 난간 위에 인물조각상을 세웠다.
망자가 외롭지 않게 저승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저승길을 인도하는 신선으로 알려진 동방삭을 표현한 듯 싶다.
3, 4층은 몸체 위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다. 목조건축양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데 마치 기와집 두 채를 포개어 놓은 모습이다. 지붕의 추녀 끝에는 날개를 접은 새를 두고 4층 용마루에는 날개를 펼친 새를 꽂았는데 저승새를 의미한다.
전면에 가득한 조각과 그림들은 용, 동물, 식물, 인물 등의 문양이 다양하고 색깔도 화려하다.
3층 지붕 아래에 연꽃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조각한 것이 흥미로운데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보는 듯 서글프다.
장례 행렬에서 상여는 요령잡이의 방울소리와 노래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두 개의 긴 멜대 중간 중간에 횡목을 끼워 그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 어깨에 메고 운반하도록 되어 있다.
철종7년(1856)년에 제작된 이 상여는 각부의 조각과 조립형태가 정교하다. 제작 연대가 분명하고 구조가 특이하여 상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이다.
그의 아들 최동한이 경상남도 통영에 거주하는 조각공 등을 초청, 300냥을 주고 6개월 동안 제작했다고 한다.
4층 누각식 건물 형태인 이 상여에는 층마다 죽은 이를 저승 세계로 인도하고 수호하는 인물상, 동물상, 십이지 신상 등이 배치되어 있다.
상여 1, 2층에는 시립형 꼭두를 장식했고, 3층에는 신인(神人)이 타고 있는 십이지상을 장식했다.
앞뒤에 용과 뱀이, 좌우에 양-원숭이-닭-개-돼지, 쥐-소-호랑이-토끼-말이 순서대로 위치했다. 지붕 앞뒤로는 악귀를 물리치듯이 칼을 들고 있는 희광이도 조각되어 있다.
이승을 떠나는 이에게 어떠한 위험도 없기를 바랐던 마음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짊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응시해 보기 바란다.
국가민속문화유산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는 기획전시실 1에서 3월 3일까지 진행하는 기증 특별전 '꼭두'를 관람한 후 보시면 더욱 좋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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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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