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21일 14시29분
[아침발걸음]불꽃축제 본고장에서 왜 축제를 안 하는가
하지만 역사적 당위성을 보면 우리 지역 군산이 바로 불꽃축제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할 것이다.
1380년 8월. 고려 우왕 때 왜구들이 적선 500여 척을 타고 쳐들어와 금강하구 진포에 진을 치고 인근 주군(州郡)을 노략질하였다. 그로 인해 산과 들에 시체가 뒤덮였으며 놈들이 배에 곡식을 실어 나르느라고 흘린 쌀이 무려 1척 높이였다고 한다. 왜구들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최무선 심덕부, 나세 등이 병선 100척을 타고 와서 왜적과 맞서 싸웠다. 이때 최무선의 건의로 설치한 화통도감에서 만든 화포를 처음 사용하였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화포가 불을 뿜을 때마다 적들의 배는 부서지고 화염에 뒤덮였다. 진포 앞바다는 적선이 내뿜는 불길과 연기로 장관이었다. 불구경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는데 죽을 날짜 받아놓고 자리보전하던 사람이라고 해서 마냥 누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기어서라도 강변에 나와 왜적의 배가 모두 불타는 장관을 보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
중얼거렸을 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불꽃은 화려하고 사람의 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강렬하다.
진포는 군산이다. 군산 앞바다에서 처음으로 화포를 이용한 해전이 벌어지고 왜적을 무찔렀으니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더욱이 군산과 장항을 이어주는 동백대교가 2018년에 완공되고 널찍한 해양테마공원이 있으니 불꽃축제를 벌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 지역에 볼만한 구경거리가 없네, 관광자원이 없네, 이것도 조상탓인개비여 푸념만 하지 말고 역사와 접목시킨 불꽃축제를 매년 군산에서 개최하자. 소식을 들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지역은 곧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군산까지 임시 불꽃열차를 편성하고 전국 각지에 홍보를 한다면, 군산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불꽃축제의 족보를 따지자면 군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벌이는 불꽃축제는 사실 역사성이나 문화적 가치가 없는 상업적 행사에 불과하다. 반면 군산 불꽃축제는 고려사라는 역사적 족보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는 행사라고 봐야 한다. 진작부터 화포가 사용된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적 행사로 군산 불꽃축제를 열었어야 마땅하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 불꽃축제를 벌여 좋은 관광상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군산에서 사용된 화포의 역사적 가치까지는 가져가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불꽃축제 보러 다른 지역으로 구경가지 말고 연례적으로 군산 앞바다에서 불꽃축제를 열자. 우리에겐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름이야 ‘군산 최무선 불꽃축제’ 또는 ‘645년 전통의 군산 불꽃축제’ 등 많을 것이다.
또 해군과 협조하여 진포대첩을 기념하는 의미로 군함을 입항시키고 군악대와 의장대 행사까지 곁들인다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지만,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기필코 할 수 있다.
고려말 최무선이 진포에서 화포를 펑펑 쏠 때마다 박살이 나는 왜적의 배를 보고 가슴 뜨거웠을 것이다. 그 감동과 희열, 전율을 여름밤 군산 앞바다에서 다시 느껴보자. 국민들도 불꽃축제를 보면서 진포대첩의 의미를 깨닫고 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사람들이 죽기 전 반드시 봐야 할 축제로 군산 불꽃축제를 꼽게 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해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소설가 박이선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1-22 9면
http://sjbnews.com/839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