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30일 12시07분
[금요수필]붕어빵을 먹으며
신팔복
오늘도 그때처럼 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외투에 마스크까지 하고 조심조심 길을 걷는다. 그 춥던 겨울, 어머니께서 오리길 읍내 시장에 가시면 나는 풀빵을 주문하곤 했다. 깡통을 잘라 만든 빵틀에 넣어 빵을 구워냈다. 보통 풀빵이라 불렸는데 달콤한 팥소가 들어있어 내 구미에 맞았다. 피피선 장바구니(구럭)에 담아온 풀빵은 포장지 속에서 식어버렸어도 달콤했다. 찐빵과 수제비를 좋아하는 나는 아버지께 밀 농사를 부탁했었다. 밀을 거둬들이고 밀방아를 찧어 오시는 날은 동구 밖까지 나가 기다렸다. 저녁상은 감자와 애호박을 썰어 넣고 만든 수제비를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었다. 맛이 좋아 든든하게 먹었었다. 어머니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찐빵을 만들어주시던 날이면 나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쫀득한 찐빵의 달콤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밀가루의 변신, 붕어빵과 찐빵은 같은 부류다. 전문 요리사의 솜씨를 거쳐 차츰 발전했다. 붕어빵은 즉석요리지만, 찐빵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며칠 두고 먹을 수도 있다. 나는 가끔 출출하거나 입맛이 없으면 찐빵이 생각나 이웃집 찐빵을 사다 먹는다. 밥 대신 먹을 때도 있다. 내가 찾는 찐빵집은 철길이 보이는 사거리 모퉁이에 있다. 매일같이 김이 솟아오른다. 주인아주머니는 열심히 찐빵을 만들고 있다. 밀가루는 고급 제빵용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팥소는 어떤 비결이 있는 것 같다. 팥을 고르고 씻고 불린 다음 가마솥에 넣어 찧고 으깨어 팥소를 만든다는데 맛이 참 좋다. 아마도 정성을 다하는 게 비법인 듯싶다. 집밥이 외식보다 입맛에 맞는 것도 식구를 사랑하는 주부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먹어본 음식에 대한 기억은 오래간다. 중앙동 청송당 호야 빵이 그렇다. 남녀 학생이 하교한 뒤에 모이는 곳이라서 그랬을까. 친구들과 몇 번 갔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다. 찐빵은 횡성의 안흥찐빵이 소문나 있다. 오랜 전통과 삼대째 이어진다는 맛의 비결이 그 속에 숨어 있어서일 것이다. 요즘 아침 식사를 식빵이나 라면으로 대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바쁜 일상에 간편식이 딱 맞아서일 것 같다. 어떤 회사의 호빵이나 라면, 스파게티 등은 한국문화의 전파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김치, 비빔밥, 라면, 초코파이, 과자 등이 k-푸드 열풍을 가져왔다. 불닭볶음면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니 수출이 큰 수입원인 우리나라로선 참 좋은 현상이다. 서양의 음식문화에 우리의 찐빵이 틈새를 노려볼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전통을 살리되 맛을 융합하여 서양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구워 만든 찐빵을 만든다면 답이 될는지 싶다.
한편, 쌀의 소비가 줄어드니 그게 문제 될 것 같다. 밀 농사가 어려운 여건이라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가루 쌀을 개량하고 생산량을 높이는 것도 그 한 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쌀값도 안정시키고 농민들의 수익도 보장하며 미래 식생활 경향에도 맞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포장마차 잉어빵이든 찐빵집이든 자기 직분에 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의 건강과 행복도 기원한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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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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