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30일 12시30분
최병심선생의 '금재문집' 한글로 13권 완역
호남고전문화연구원, 이병은선생의 '고재집' 1권 발간, 번역 착수
'금재문집'은 최병심이 남긴 유고집으로, 전편과 후편, 부록 등을 합해 모두 14책, 29권에 이르는 저작물로, 6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2018년부터 문집 번역에 착수, 이번에 번역을 모두 마쳤다. 모두 13권 분량이다.
전북도·전주시와 연계, 10년에 걸쳐 ‘전주 한옥마을 3재(三齋)’의 문집을 번역하는 바, 금재 최병심의 ‘금재문집(欽齋文集)’ 일부 6권 분량을 우선 번역했었다.
‘호남 3재(三齋)’는 근대 한학의 대표인 간재(艮齋) 전우(1841-1922)의 제자로 근·현대 호남유학을 대표해온 금재(欽齋) 최병심(崔秉心, 1874~1957), 고재(顧齋) 이병은(李炳殷, 1877~1960),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1882~1956)을 말한다.
스승인 간재는 "금재는 나에 못지않은 학자이며, 그의 학문을 조선에서도 따를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제 식민지배 강화로 우리 정신과 문화적 유산이 말살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계승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옥류동(교동)에 ‘옥류정사(玉流精舍)'란 서당을 열고 자신이 강학하던 곳을 ‘염수당(念修堂)’이라 했다.
일제가 전라선 철로개설을 구실로 한벽당을 헐어버리려 하자 그는 이에 강력히 항거하며 한벽당을 지켜냈다. 이 책엔 간재와 나눈 풍경, 제자 성당 박인규의 구강재, 그리고 향교 등 전주의 풍경 등이 여러 곳에 나온다.
연구원은 이어 고재(顧齋) 이병은(李炳殷, 1877~1960)선생의 '고재집(顧齋集)'도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에 1권을 국역, 펴냈다.
'고재집'은 1963년 이병은의 아들 이도형(李道衡)선생이 문인들과 함께 편집, 전주 남안재(南安齋)에서 간행했다.'고재집'은 12권 6책이며, 연활자본이다. 외생(外甥)인 송성용(宋成鏞)선생이 쓴 '고재집'의 표제와 이병은의 좌우명인 고명(顧銘)에 이어, 권1에는 시(詩), 명(銘), 상량문(上樑文), 혼서(婚書), 자사(字辭), 권2에는 제문(祭文), 봉안문(奉安文), 축문(祝文), 고유문(告由文), 서(序)가 수록되어 있다. 권3은 기(記), 권4는 제발(題跋), 논(論), 설(說), 권5는 잡저, 권6은 행장(行狀), 권7은 비(碑), 권8~권10은 묘갈(墓碣), 권11~권12는 스승인 간재 전우를 비롯해서 동문, 교유한 인물, 제자 등에게 보낸 서간문이며, 마지막으로는 '남안재강학록(南安齋講學錄)'의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 .
고재선생은 간재 전우의 대표적인 제자로서 문장뿐만 아니라 경학과 성리설에 정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문인들이 완주와 김제를 중심으로 전라북도 전역에 분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남고전문화연구원이 2015년과 2016년에 국역한 ‘중당유고(中堂遺稿) 1·2'는 구한말 초야에서 유학의 명맥을 지켜낸 부안 출신 유학자 박수(朴銖)의 시문집이다. 당시 사회현상을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제안도 많다. 2017년에는 ‘습재실기(習齋實紀)’ 번역집도 출간한 바 있다.
연구원은 호남지역의 한문고전 번역과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 2009년에 설립된 단체다. 연구원은 설립과 동시에 민족문화추진회 전주분원(현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이 2003년에 시작한 ‘전북선현문집해제’ 발간 사업을 이어받아 2013년에 최종 11집으로 완결한 바 있다. 이 해재집은 간재 전우, 노사 기정진, 송사 기우만의 문인과 전주, 남원, 고창 등 전북 지역 출신 선현들이 남긴 문집 295종이 수록돼 있다.
그중에서 번역할 필요가 있는 문집을 선별해 ‘전북 고문집 번역사업’을 추진, 출판기념회를 통해 알린 ‘중당유고’와 ‘습재실기’가 그것이다.
선종순 원장은 “현재 번역 작업 중인 기록물은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구한말 유학자들의 것들이다”면서 “이 시기의 유학이 망국의 학문이라는 오명과 함께 주목받지 못하고 신학문의 기반은 자리를 잡지 못해 우리나라의 학문과 문화와 사상에 있어 거의 공백기로 남아있다”했다.
이어 “갑신정변에서부터 경술국치까지 격변기를 살아내신 분들이 남긴 글이 얼마나 중요할까를 돌아본다면, 절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이토록 많은 기록물을 쏟아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역차원의 번역사업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되는 이유로, 올해에도 '고재집'을 번역, 연말에 2권의 단행본으로 담을 계획이다"고 했다./이종근기자
고재집
지면 : 2025-01-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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