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30일 14시08분
[전북의 창]여민동락(與民同樂)의 자세를 새기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필자는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가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자세를 갖기를 소망한다. 여민동락이란 왕이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뜻으로 ≪맹자≫에서 유래된 말이다. 맹자는 왕이 풍악을 울리며 즐기는데 백성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원망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만약 백성들이 그 소리를 듣고 “왕께서 건강하신가 보다”하고 기뻐한다면 이는 여민동락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즉, 여민동락에는 즐거움 뜻하는 ‘락(樂)’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이는 단순히 즐거움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구성원들의 고충과 기대를 깊이 이해하며 함께하고자 하는 진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약 2300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가 내세운 이 철학은 오늘날 지역사회를 이끄는 공직자들에게도 깊은 시사점을 준다.
지역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이 여민동락의 자세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공직자들이 가진 권력은 개인이 누리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권력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특히 시장이나 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가진 권력은 시민의 선택으로 잠시 부여받은 것일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위치가 시민을 다스리는 자리가 아닌 시민을 위해 대변하고 봉사하는 자리임을 알고, 권력을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겸손함과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과 동고동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행정이더라도 시민과 소통이 없다면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다양한 소통 창구를 확대함으로써 항상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목소리도 배제되지 않도록 때로는 직접 발로 뛰며 듣는 적극적인 소통과, 모두가 함께하고자 하는 포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백성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던 시절을 꼽으라면 요순시대를 말하곤 한다. 아마도 백성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듬는 군주의 자세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임금과 백성들은 풍년가를 부르며 동고동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와 사회 전반에 극심한 혼란이 지속되고 경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요즘이다. 전주시 차원에서도 가파른 인구감소와 재정 문제 등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각자가 원하는 이상향은 다를지라도 하루빨리 사회가 안정되어 태평의 시기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여민동락의 필요성과 개념을 정리하면서 시민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가 늘 강조하는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심과 행동이 담긴 소통과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모쪼록 연초의 다짐과 각오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더욱 겸손한 자세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시민들을 따듯하게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정진해 나가길 소망해 본다.
/김윤철(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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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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