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2일 13시10분
[온누리]그랜마 모지스
그 집에서 무려 15년을 일하다 같이 일하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한 덕에 그들 부부는 버지니아에 조그마한 농장까지 갖게 됐다. 막 여유를 가질 때쯤 남편이 세상을 뜬다. 이어 자녀들이 출가하자 갑자기 외로워졌다.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취미로 십자수를 하려고 했으나 관절이 아파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딸네 집에서 손자 손녀가 쓰는 물감과 붓을 발견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를 본 동생이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2, 3달러 정도를 받고 팔았다.
78세 되던 해 어느 날 뉴욕의 미술품 수집가인 루이스 칼더가 마을을 방문했다. 그리고 동네 약국에 걸려 있던 모지스의 그림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화단에서 전혀 본 적이 없는 특이한 그림에 매료돼 약국의 그림은 물론, 모지스의 집을 수소문해 몽땅 사갔다.
칼더는 자신의 화랑에서 그 그림들을 전시했다. 그리고 세 점을 골라 ‘현대 무명 미국화가 전시회’에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독자적인 모지스의 그림은 신선했다. ‘시골 농부의 아내가 그린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도 열었다. 그림 값이 12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 돈으로 15억이 넘는 고가에 팔린 것이다.
모지스의 그림은 그녀의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삶의 기록이라는 평가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풍경에서 사람들은 위안을 받았다. 그런 만큼 크리스마스실이나 우표, 카드에 실리면서 국민화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88세인 1928년 미국의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였다. 이어 93세에 타임지의 표지 모델이 되는가 하면, 뉴욕시는 그녀의 100번째 생일을 ‘모지스 할머니 날’로 선포했다.
노년에 시작한 그림으로 그녀는 스타가 되었고,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지스는 생애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 200점은 100세 때 그렸다고 한다.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주위의 아쉬움에 ‘사람들은 내게 늦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이 감사한 시간이다’라며 달랬다.
설이 지나자 나이가 늘었다고 위축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들면 도전을 주저한다. ‘그 나이에 뭐 하려고 그런 일을 하느냐’고 주변에서 막기도 한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은 계속 가꿔야 한다. 그랜마 모지스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크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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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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