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2일 13시29분
[글로벌 리포트] 신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
제러드 다아이몬드는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유라시아 대륙이 동서 방향으로 넓게 뻗어 있다는 점이 장거리 교역로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서술했다. 밀, 보리, 가축이 빠르게 확산, 정착하여 장거리 교역이 가능했으며, 단순한 상품 뿐만 아니라 자본, 생활기술 등이 유라시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경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나 중국에서 발전한 농업기술이 유럽, 인도, 중앙아시아 등으로 이어질 때 실크로드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며 서구열강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유라시아 우위 이론’을 꼽고 있다. ‘유라시아 우위 이론’의 핵심은 교역로 벨트를 통한 막강한 자본과 문화의 형성을 말한다.
이렇듯 인류사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 실크로드가 21세기에 들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중국의 주도로 이어지고 있는 ‘신실크로드(Belt and Road Initiative, 이하 BRI)’ 정책 때문이다.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불리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선언한 뒤 현재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과거의 실크로드가 걸어서 혹은 말과 낙타, 마차 등을 통해 험난한 지형을 넘어갔다면, 현대의 신실크로드는 철도, 고속도로, 항만, 공항, 에너지 파이프라인, 디지털 네트워크 등 신식 인프라를 전방위적으로 확충함으로써 유라시아 전체를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경제적 이익과 국제적 영향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과잉 생산 설비를 해외로 확장하고, 인접국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경제벨트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BRI가 특히 주목하는 지역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으로 대표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련 붕괴 이후 독립을 맞이한 뒤 풍부한 자원과 전략적 지리 위치를 활용해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국가들에게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차관은 매력적인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와 알마티를 잇는 철도 사업, 우즈베키스탄의 100만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 개발 등에 중국의 자본이 적극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오랜 기간 외세 지배를 경험했던 중앙아시아가 ‘자국 주도’ 성장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열망과 맞물려 일종의 상호 이익 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본다면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히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지가 많아. 관광사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현지 정부는 BRI 자금 유치를 통해 공항 확장, 도심 정비, 호텔 건설 등 관광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크로드의 역사적 매력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지나친 상업화와 전통 문화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2024년 우즈베키스탄 관광객 수는 약 650만명이고 이는 전년대비 17.2%에 달한다. 우즈베키스탄은 꾸준한 관광개발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타슈켄트 인근 시르다리야 지역에 지자크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그곳에 중국 기업의 주도적 투자로 평셩공단을 설립했다. 스마트폰, 생필품등 제조업 기반의 산업화를 꾀하고 있으며, 중국의 자금과 기술을 활용하여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있다. 대중국 간 무역은 작년 기준 97억 8,1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아직 수출입 품목의 다양성 부족과 무역의 불균형이 있지만 중국의 우즈베키스탄을 통한 유럽 시장의 진출 목적과 우즈베키스탄의 광물 수출과 자국의 제조업 산업 기반 강화라는 상호 이익은 장기적인 관계를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이 전적으로 긍정적인 기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BRI 프로젝트를 수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부채 함정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되어 인프라를 건설했으나, 결국은 그 부채를 갚지 못해 외교적, 정치적 주권이 위협받는 사례가 일부 지역에서 이미 나타났다. 스리랑카의 남부 함반토타 항만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 건설했으나,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탓에 항만 운영권을 중국 측에 장기간 양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가 중앙아시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신실크로드가 새롭게 등장한 제국주의의 변형된 형태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 외에도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등 주요 국가, 지역 또한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역은 에너지와 광물 자원의 보고이면서 동시에 동서 교통로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이 옛 소련의 영향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 대해 전통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최근에도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을 통해 지역 통합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 왔으며, 유럽연합 역시 자원 확보와 지역 안정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원조와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영광은 과거 만큼 화려하지 않다. 유럽의 해상 무역 발전과 제국주의 시대 당시 도태는 발전과 국제적 경쟁력을 잃게 만들었고 이는 곧 많은 자원이 있어도 자본 경쟁력을 잃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오랜 내전과 식민지배의 영향, 다민족 체제 하에서 토호 세력간의 경쟁은 장애물이 되었고 독립 30년을 맞은 신생국가라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전제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중심의 경제 개발 운동은 중국의 신실크로드 정책과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BRI 정책은 10년이 넘었고 여러 곳에서 부정적 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지속 성장을 이루고 있다. IMF는 우즈베키스탄 2024년 경제 성장률을 5.6%로 발표했고 2025년 경제 성장률은 5.7% 내다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에 비해 국제 자금 투자가 많이 삭감되기는 했지만 낙관적인 신호들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 개방 정책은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과거의 영광까지는 아니라도 중진국에 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정빛나라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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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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