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2월 02일 13시50분
[이 한편의 시]폭설
구연배
폐사지 같은 뜨락을 메우는 폭설
건천 같던 세상에
실강을 숨기고 구비치는
눈 구릉 언덕
허리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보라
훼파된 밭고랑
무너진 담
버림받은 묵정밭 경계가
다독이는 눈빛에 시나브로 되살아난다.
무혈의 꽃가루처럼
흰 눈이 내리면
사람들 골목은 고요해지고
떠오르는 생각마다 따뜻해진다.
눈밭에는
잘나고 못난 그림자가 없느니
첨탑 지붕은 높아도
허공 아래 한세상 공평하다.
폭설도 고귀한 선물이다.
구연배 시인은
문헌정보학박사
1995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바다다' 외 8권
현)진안문인협회 지부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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