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2월 02일 15시11분
'도로명 주소' 시행 10년, 전북은 여전히 '지번 주소'
지방조례상 전북 76개 공공기관 주소지 등 지번으로 규정막대한 혈세 투자한 도로명 주소 사용 의무화 무색할 지경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올 1월15일 기준 전국 지방조례를 조사한 결과, 전북의 경우 전체 지방조례 7,985개 중 76개에 도로명 주소가 아닌 지번 주소가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자면 전북자치도청은 ‘전북테크비즈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에 해당 사업장의 위치를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1255번지에 둔다’고 규정했다. ‘전주시 덕진구 오공로 123’이란 도로명 주소로 고쳐야 하는데 줄곧 방치한 결과다.
이런 사례는 한두건이 아니다. 실제로 도청은 또다른 소속기관인 전북사회적경제혁신타운의 경우 ‘군산시 신관동 1-3번지’, 전북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종합지원센터 또한 ‘군산시 오식도동 1082번지’로 규정하는 등 곳곳의 조례에 지번 주소를 사용했다.
일선 시·군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주시의 경우 지방조례상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위치를 ‘전주시 덕진구 장동 1054-1번지’로,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을 ‘군산시 금광동 165-8번지’로,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복합문화센터를 ‘익산시 왕궁면 광암리 1426-1번지’로, 정읍시는 어린이교통공원을 ‘정읍시 상동 271-9번지’로, 남원시는 추어산업 미꾸리 양식단지 소재지를 ‘남원시 주생면 중동리 1009-61번지’로 규정하는 등 거의 모든 시·군청이 한두건 이상 잘못된 지번 주소를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는 도로명과 지번 주소를 혼용하기도 했다.
순창군의 ‘쉴랜드(순창건강장수과학특구) 통합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조례는 쉴스튜디오와 골프연습장 등의 위치는 도로명 주소인 ‘순창군 인계면 인덕로 427-127’로, 작은도서관과 다목적 실내체육관의 위치는 지번 주소인 ‘순창군 인계면 쌍암리 716-3번지’로 규정하는 등 같은 특구 내 시설임에도 서로 다른 주소체계를 섞어 썼다.
전국적으론 지번 주소만 사용한 조례가 829개, 도로명과 지번 주소를 병기한 조례가 909개에 달했다.
무려 20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전면 시행한지 10년이 지난 주소체계란 게 무색할 지경이다. 그만큼 행정의 신뢰성 저하, 특히 지금까지 투자된 막대한 행·재정력 사장 등의 우려 또한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연구진은 “도로명주소법상 행정은 도로명 주소의 사용을 의무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치단체의 일부 조례에 지번주소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행정의 정확성, 규칙성, 신뢰성을 위해선 법에서 규정한대로 지번 주소가 아닌 도로명 주소를 우선적이고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치단체의 주소정보에 관한 조례에는 도로명주소를 포함한 주소정보의 생활화 시책을 추진하고 그 홍보와 교육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이 보다 도로명 주소를 쉽게 사용하고 생활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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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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