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6일 14시53분
[삶의 향기]동구 밖으로 나가 새봄을 맞이하자
겨우내 찌들은 구태를 누더기 버리듯 벗어 던지자새로운 날들의 희망을 가슴 속에 모아 두고 삶의 지혜로 꺼내쓰자
지난겨울은 얼마나 추웠고, 그 추위에 떨며 온몸으로 기다린 봄날이 아니었던가? 배고픈 사람에게 유독 더 추운 겨울의 찬바람이 지금은 살갗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으로 변했다. 자라목처럼 잔뜩 움츠리고 살았던 지난겨울의 추위는 엄청 추워 참으로 따뜻한 봄날이 기다려지는 시절이 이제 막을 내리려 한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새봄의 화사한 햇살이 머리 위에서 찬란히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해서 무엇하랴? 오늘 따뜻한 햇볕을 받아 생활할 수 있음은 복을 짓는 일이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이제는 찌들은 겨울의 구태들은 겨울 누더기를 벗어 던지듯 천 리 밖으로 내 던지고 새로운 날들의 새 희망을 정수리에 부어 담자. 그래서 새롭게 출발하여 아름다운 새날의 계획과 그림을 멋지게 그려보자. 나는 나 너는 너만의 특별한 개성이 넘치는 복숭아꽃(桃花) 만발한 동산을 만들고 온 힘을 부어 담는 진력(盡力)의 노력을 기울이자. 한 해의 계획 중 실천의 단추를 끼는 2월에는 누구나 가슴이 부풀고 벅차오른다. 그것은 새롭게 가꿀 1년의 새로운 계획들이 희망과 결실로 다가올 날들을 생각하며 새롭게 도전하려는 의지가 용솟음치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춥고 눈이 많이 왔던 지난겨울은 동토의 대지와 기후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주었었다.
지금은 그 동토의 겨울이 서서히 줄행랑을 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봄날의 소식을 전하는 기운이 머리 위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로 정겹게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소망하고 기다린 날들인가? 그리고 우리의 꿈은 또 얼마나 부풀어 올랐던가? 새봄이 오면 새롭게 만나야 할 친구며 또 근사하게 도전해보고픈 일들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계획해 놓고 이루지 못한 일들을 금 년에는 꼭 성취하고 싶은 욕심이며 먼 곳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찾아가 만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람이 살면서 생활의 복으로 여기는 것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일이요. 언제든 반가운 사람을 찾아가 만날 수 있으면 신이 준 축복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 면에서 늘 복 받은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내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꿈만 가득했었다. 이제 희수를 넘긴 나이에 첫째는 건강하게 지내는 일이요. 그래서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만 간절하다. 또한, 보고 싶은 친구를 찾아가 만날 수 있으니 홍 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내 마지막 소원이 글다운 글 한 줄 쓰는 것이 천추(千秋)의 한처럼 다가온다. 나름대로는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영성(靈性)이 담긴 글을 쓰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쉬지 않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진력(盡力)하려는 의지만 무상(無常)하다.
어느 날 문득 깨어보니 천자(天子)가 옆에서 도와주듯 영성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오늘도 사력(死力)을 다하려는 내 의지는 서릿발처럼 냉정하나 그날이 언제 오려는지, 오기는 하려는지 의아해진다. 내일도 모래도 그칠 줄 모르는 풍차처럼 쉬지 않고 달려가는 철마(鐵馬)처럼 정진하리라는 각오만 무상하다.
이대로 한평생이 다 간다고 해도 그것은 내 운명이요. 어느 날 갑자기 은하수 총총한 별빛이 빛나는 글을 집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苦待)하지만, 그날이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도 진력(盡力)한다. 그래서 내 이름 석 자를 대면 “그 사람 글 쓰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더 소원이 없겠다. 그러려고 두 눈에 쌍불을 켜고 자판기와 씨름하며 긴 밤을 길지 않게 지새운다. 오늘은 검은 밤이 왜 이리 긴지 모르겠다.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 전 원장 시인·수필가 최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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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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