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6일 14시54분
[온누리]군함도와 보편적 가치
일본이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동원한 역사를 충분히 반영하기로 한 약속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월 31일 일본 측이 제출한 메이지 유산 관련 후속 조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기막히다. 일본은 이 보고서에 한국의 요구사항인 강제동원된 조선인의 증언 전시 등을 담지 않았고, 심지어 한·일 강제병합이 합법이라는 억지 주장을 전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했으나 이후 정보센터를 유산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만들고 전시물에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사실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탄광, 제철소, 조선소 등은 메이지 시대 이후로도 전쟁 물자를 댄 공장들이었다. 이들 산업 시설은 조선인, 중국인, 연합군 포로에 대한 강제 연행과 강제 노동이 행해진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권, 공존, 평화와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이들 시설이 등재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국정부와 시민사회는 물론 일본 국내외에서 조차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
군함도(軍艦島; 하시마)는 관광지로 유명한 다카시마 밑의 군함을 닮은 조그마한 섬으로 1800년경 미쓰비시가 섬 전체를 사들여 1943년에서 1945년까지 조선인을 강제 징용하여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
육지와 철저하게 고립된 이 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함께 일본인의 잔인한 폭력과 사투를 벌였던 조선인들에게 가장 끔찍한 작업장으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진 ‘지옥섬’으로 불렸다.
2016년 류승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이 출연한 군함도는 당시의 끔직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으며 작가 한수산 역시 소설 군함도를 통해 징용된 조선인들이 처했던 폭력, 학대, 차별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에 이어 군함도까지 일본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은 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어두운 유산인 일본의 메이지 산업유산이 인류가 기억하고 국제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미래유산이 되기 위해서 보편적 가치라는 세계유산의 기본원칙과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일본의 책임있는 행동이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우리 역시 국제사회에 계속 알리고 외교적 대응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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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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