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9일 13시16분
[이색지대]수백 년 된 희귀 정원수와 화초…바다 어우러진 `풍경 맛집'
카페 `장자 바다정원'아시아의‘숨은 명소’장자도 끄트머리에 일출·일몰 명소
`커피숍 아니라 수목원’선입견에 `나무 장사’오해 사기도
“커피 한잔의 맛과 여유, 기왕이면 풍광좋은 곳서 즐기길”
미국의 CNN이 일본의 소도시 ‘닛코’, 베트남 중부 고원 지방인 ‘달랏’, 싱가포르 북동부 연안의 ‘팔라우 우빈’, 말레이시아의 중서부 ‘이포’, 태국 동북부 지역인 ‘이산’, 중국의 ‘러산’ 같은 세계적 관광지와 함께 선정 ‘아시아에서 가장 과소 평가된 장소 18곳’ 중 한 곳을 소개한 기사다. 바로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다.
아시아 48국의 주요 관광 명소 가운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은 명소’라는 설명이다. 이 고군산군도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섬 장자도 끄트머리에 섬 풍경을 더하는 일출, 일몰 ‘풍경 맛집’이 있다.
‘장자 바다정원’, 카페 내부에서 풍기는 갓구운 빵 냄새에 취해 올라선 2층, 선유도, 관리도, 말도, 명도, 대장봉이 한눈에 펼쳐지고 따뜻한 커피와 갓구운 빵을 마주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있을까” 싶다.
여느 커피집처럼 ‘카페’를 붙이거나 근사하지만, 뜻 모를 외래어로 지을법한데 바다정원이라는 상호가 궁금하다. 하지만 발을 들여놓자마자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
주인장 김종영 씨가 10년 넘게 일구고 애지중지 키운 기기묘묘한 나무와 화초들이 웬만한 수목원 부럽지 않다.
“2011년부터 남해와 부산, 거제도는 물론 땅끝마을 등 전국을 돌아다니다 이곳 고군산 열도를 와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빠져들었습니다. 때마침 나무에도 빠져있었는데 장자도에 수목원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이곳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김 씨의 나무사랑은 유별나다. 이곳에 터를 잡고 육지에서 25t 트럭 350대분의 흙을 실어와 120㎝나 흙을 덮었다. 온도조절장치까지 갖춘 95평 규모의 식물원도 지었다. 개인 실내정원으로는 도내에서 제일 크다.
실내 식물원과 마당에는 명자나무와 100년 넘은 수사 해당화 같은 희귀 특수목도 헤아릴 수 없다. 번호표를 붙여놓아도 헷갈릴법한데 김 씨는 나무의 특성은 물론 한그루, 한그루에 얽힌 사연까지 사전처럼 밝다. 완주 구이와 전주 중인리에도 20종류의 특수목 80여 그루를 키우고 있단다.
’나무 장사’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방방곡곡을 누비며 보존 가치가 높은 나무를 발견하면 사들여 키웠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은 나무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이유다.
식물원에는 귤, 국화, 수룩, 소철, 극락, 가막살, 워싱턴야자 같은 3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자란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동백, 4월에는 백일홍과 명자, 5월에는 철쭉, 7~8월에는 백일홍과 능소화가 피고 10월에는 꽃 무릎, 그다음에 국화가 핍니다. 매달 이들 꽃축제를 이곳 장자도에서 여는 게 제 꿈입니다.” 꽃이 없는 겨울에는 ‘불멍 축제’도 열겠단다.
’커피숍이 아니라 수목원’이라는 선입견도 커피숍에 들어서면 금세 사라진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지은 커피숍 2층에 오르면 장자도뿐 아니라 고군산 여러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더구나 4면이 모두 창으로 트여 장자도는 물론 선유도와 관리도까지 밝힐 듯 발아래 펼쳐진다.
낮이면 끝없는 너울과 하얀 물거품으로 눈 뗄 수 없고, 차마 눈에 담기에는 아까운 장자 앞바다 일몰이 정원처럼 펼쳐진다.
“한여름에는 관리도와 말도 사이로 지는 낙조가, 겨울에는 관리도 왼쪽으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
손님들에게 고군산 섬의 풍광과 어디에도 비길 바 없는 낙조를 제대로 감상하도록 조만간 3층에 4면이 트인 전망대를 지을 예정이다.
’커피 한잔의 맛과 여유를 기왕이면 풍광 좋은 곳에서 즐기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매일매일 변화하는 카페를 만들어 늘 가고 싶고 편하게 쉬고 싶은 카페를 만들겠다”는 게 김 씨의 각오다.
장자도는 면적이 0.13㎢에 불과한 고군산군도의 한 섬이다. 힘이 센 장사가 나왔다 하여 장자 섬이라 한다. 바다에서 조업하다가 폭풍을 만났을 때 이 섬으로 피신하면 안전하다 하여 대피항으로 유명하다. 섬도(島) 자가 붙었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였으니 섬이긴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선유도는 물론 장자도까지 다리로 연결됐으니 육지만 진배없다. 드라이브 삼아 이곳저곳 들러 비린내 나는 바다 음식과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머지않아 ‘바다정원’ 바로 앞 장자도 선착장에서 관리도와 명도, 말도에 이르는 카페리호가 운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풍광 좋은 장자도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고군산 열도를 모두 둘러볼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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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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