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0일 15시02분
[온누리] 등산과 스피치
입구에서부터 눈이 녹지 않은 등반로, 등산화는 신었지만 “아이젠이 없으면 등산을 고려하라.”라는 현수막!!!
아! 난감해졌다. 얼마만의 겨울 산행인데…. 객기였을까? 현수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차분하게 발걸음을 산으로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미끄러지지 않을까? 발을 떼면서 조심스럽게 걸었다. 하지만 이내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등산은 잘하는 것이 아닌, 그냥 하는 것이었다. 잘 하려 하게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오히려 더 긴장되어서 실수해 미끄러졌고 이로 인해 그날 등산은 입구로부터 불과 30여 미터 남짓 진행하다가 넘어졌다. 이로 인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눈길이라 조심한다고 하면서 긴장했던 탓일까?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될 몸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걸음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져 다친 발목보다 더 아픈 건, 부상과는 하등 관계없는 머리였다. 머리가 지끈거려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서 나를 괴롭혔다. 눈길 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등반하려 했던 어리석음에 후회가 됐다.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 또는 어려운 사람들 앞이라고 너무 말을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뇌와 혀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을 하게 돼 더 떨리기 마련이다. 긴장감을 줄이고 힘을 빼려면 자신의 언어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평소 나는 어떤 화법을 사용하는가? 절제된 화법인가? 탐닉하는 화법인가? 만약 전자의 절제된 화법이 습관이 된다면 굳이 어려운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할 이유가 없다. 평소에는 뇌보다 혀를 우선시하는 화법을 사용하다가 어렵고 많은 사람 앞에 서면 그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어 발화과정에 스스로 모순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성마저 부자연스럽게 나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므로 평소 자신의 언어습관을 관리하여 언어절제훈련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평상시뿐만 아니라 대표성 있는 발언이나 중요한 곳에서의 스피치가 자연스럽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아이젠이 없으면 등산을 고려하라.”라는 현수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절제를 잃어 실수를 범하고 말았었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격언을 되뇌어본다. 말은 글과 더불어 그 사람의 사상이나 지식을 평가하는 잣대 중 가장 우선시하는 덕목이다. 이를 절제하지 못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폄훼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평소 이 절제적 언어습관이 잘 훈련된 사람에게는 대화의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런 세상에 적응하려면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의 진원지는 뇌인가? 혀인가? /이만세(이스피치 방송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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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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