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0일 15시16분
[아침발걸음] 노소동락(老少同樂)으로
노인을 길라잡이 멘토로 삼고, 젊은이를 미래의 희망으로 존중해야
최근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다양한 단체가 주관하는 센류 창작대회가 열린다. 노인요양원협회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뽑은 수상작들은 노인 아마추어 작가들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재치가 돋보인다. 70대 중반의 할머니의 시다.
“가슴이 두근거려 사랑일까 했더니 부정맥”
80대 후반 할아버지의 시는 이렇다.
“연상(年上)이 내 타입인데, 이제는 없다.”
센류 창작대회에서 보여준 노인들의 재치 넘치는 필치이다. 그곳에 모인 남녀노소가 모두 까르르 웃는다.
한국사회에서 노인과 청년이 함께 어울려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드문 예이지만,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이 조손(祖孫) 결연을 맺어 노인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보살피기도 한다. 점차 자원봉사는 사라져가고 있다. 2,000년 전후만 하더라도 각 학교에서 봉사활동 학점제를 통하여 권장하였지만, 최근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학교에서도 그것을 권장하지 아니한다. 그래서 남녀노소간에 어울리는 웃음판이 벌어지지 아니한다.
최근에 지방자치단체별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한글 문해교육, 아이와 노인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 경로당에서의 율동과 노래 봉사, 무료 이미용 봉사, 무료급식 봉사 등이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봉사활동은 장년층이나 노년층에서 담당한다. 이 일을 주로 노인층에서 담당하여 이른바 노노케어(老老care) 형태를 띠어 가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더욱 노노케어가 활성화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고령화와 세계 최저출산율로 말미암아 연령차별(ageism)이 빚어지고 있다. 연령차별이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편견, 나이로 인한 차별, 노화나 늙음을 혐오하는 현상을 말한다. 요즈음 시대 사람들은 젊음을 지향하고 노화를 혐오하면서 노인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약간 차별하거나 다소 폄하한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항변하듯이 말한다. “너는 안 늙을 줄 아니? 너도 곧 늙은이가 될 것이니, 우리 노인네들을 깔보지 마!”, “늙은 것이 죄란 말이냐?”라며 항변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는 노인의 지혜로움이 빛을 발할 여지가 없다. 지혜로움을 발하려고 하면 참견한다고 싫어한다. 젊은이들은 곧바로 꼰대라고 비난한다. 그들은 “제발 꼰대 소리는 하지 마시고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 놓으세요.”라고 힐난한다. 젊은이와 노인은 각각의 테두리 속에 함몰되어 가고 있다.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막혀 버렸다.
출생동시집단 숫자가 많은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가 점차 노화(老化)되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 다수의 노인들이 연금도 많이 받아 가고 또한 투표인 수도 많아 정치적 입김이 세어 경제적, 정치적 이권을 대부분 노인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젊은이들은 불평한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연금 혜택도 적고 정치적인 입지가 좁아져서 인생살이가 고달프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 입지라는 것은 정치가들이 투표인 수가 많은 노인들 위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고, 영유아나 젊은이를 위한 정책에는 무관심한 입장에 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젊은이들은 실제로 이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물론 정치가들이 미래 세대를 위한 백년지대계를 세워 후손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 노인들은 젊은이의 불평과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경우에 따라 일자리를 그들에게 사양하고, 그들을 위해 한 걸음 뒷전으로 물러나는 양보의 미덕을 살려, 그들의 사기를 북돋울 때이다. 지금이 그래야 할 시기이다. 그들이 바로 노인들의 손자녀이다.
노화의 특성은 지혜로움(wisdom)이다. 노년기의 지혜로움이란 인생사에 관해 고도로 숙련된 지식 체계를 의미한다. 아주 근원적이고 중요하면서 동시에 어렵고 불확실한 인생 문제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선행 연구들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지혜로움이 더해가서 일상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결코 감소하지 않으며, 감정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은 더욱 향상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노인은 젊은이의 인생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고, 멘토(mentor)가 되어 줄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은 젊은이에게 한 걸음 양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 반면에 젊은이들이 살다가 위기가 닥치거나 곤경에 처하면 노인들에게 물어 그들에게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도 있지 아니한가. 하물며 연로한 분에게 물어보는 일이 어찌 부끄러우랴?
이렇게 하면 그같은 노소간의 언어 장벽을 허물게 되고, 묶였던 매듭이 풀려, 마침내 노소간 상호 상생(相生)하여 슬기롭고 즐거운 공동체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종국(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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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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