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복정권 - 2025년 02월 12일 11시13분
[독자기고] 품질, 대한민국 수출의 미래일지도
최훈조 현대자동차 정비기능장
오래전, 한국의 제품이 세계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사람들은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우리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저렴함’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국가가 제조업을 성장시켰고, 이제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품질’이었다.
나는 현장에서 품질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기술자,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엔지니어, 그리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연구원들. 그들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자,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품질이 대한민국 수출의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 오고 있다.
최근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나는 ‘품질이 곧 신뢰’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값싼 제품을 찾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이 제품이 정말 믿을 만한가?”를 먼저 묻는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같은 산업에서는 작은 결함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제품은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선택받을 수 없다.
더욱이, 이제 품질은 단순한 성능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 가능성, 환경 친화적인 생산, 탄소 배출 절감까지 모두 품질의 일부로 여겨진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ESG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결국은 품질을 다르게 정의하는 움직임이다. 단순히 오래가고, 잘 작동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든 제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품질이란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정밀한 기술력, 철저한 검수 과정, 그리고 신뢰.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바로 ‘사람’이다. 품질은 결코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 연구원, 노동자, 엔지니어, 그리고 품질을 개선하려는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품질은 완성된다. 품질 명장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완벽한 제품이 대한민국을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2025년, 대한민국의 수출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품질을 지켜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묵묵히, 그러나 확실하게 품질을 지켜나가야 할 때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수출 강국으로 계속 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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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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