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영규 - 2025년 02월 12일 15시21분
“600년 당산나무 신령함 깃든 달집, 마을의 무사안녕 기원”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 진목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관 앞뜰에 달집을 세우고 11일 오후 6시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달집태우기 행사를 가졌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날 밤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와 대나무 등을 쌓아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며 액운을 막고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이다.
진목마을은 어느 때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수 십 년 동안 정월대보름날에 달집태우기 풍속을 이어왔는데, 이번에는 비가 오는 날씨를 우려해 하루 앞당겨 행사를 가졌다.
달집태우기 행사에는 주민들의 품이 많이 든다.
진목마을은 65가구 14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60∼70대가 청년층으로 불린다.
마을 주민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마을회의를 거쳐 행사장소를 섭외하고 달집에 들어갈 볏짚과 대나무 등의 재료들을 모아 며칠을 고생하며 6∼7미터 높이의 달집을 세웠다.
행사 당일에는 돼지를 잡고 떡과 과일 등 음식을 장만해 주민들과 함께 나누며 농악을 치고, 달집에 불을 붙여 태우며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다.
보절면 진기리는 진목, 신기, 내동 등 3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는데, 진목마을 위쪽 신기마을에 6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있다.
이 느티나무는 1982년에 천연기념물 제281호로 지정됐는데 높이 약 20m, 둘레 약 9.3m, 수관 폭은 25m 이상으로 유구한 세월을 자랑하듯 신령함을 담고 있다.
전해오는 말로는, 조선 세조 때 힘이 장사인 우공(禹貢)이라는 무관이 어린 시절 뒷산에서 아름드리 큰 나무를 맨손으로 뽑아와 마을 앞에 심어놓고 나무를 잘 보호하라는 말을 남기고 마을을 떠난 후 큰 공을 세워 적개공신삼등(敵愾功臣三等)에 책록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대보름날 이 나무아래서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진목마을 한기수 이장은 “우리 진기리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날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당산제와 달집태우기 행사를 갖고 있다”며 “이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전통을 잇고, 서로의 건강과 화목, 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는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남원=박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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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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