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04일 15시35분
'봄냄새 풀풀' 원로서예가 아석 소병순, 700종류의 야생화 사실화로 그려
작가는 지난해 12월 무렵에 5백 종류, 지난 10월말까지 660종류를 각각 그렸고, 지난 설 이전에 700종류를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오체를 섭렵하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원로 서예가지만, 그에게도 작품에 임하는 시간은 긴장되면서도 극도의 노동력을 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필로 담아낸 글자 한 자 한 자의 크기는 1.7cm 정도에 불과하다.
그 섬세한 글자 모양과 자간도 놀랍지만 수십만 자에 이르는 글씨를 차곡차곡 담아낸 끈기와 열정이 담긴 그 발자취가 더욱 놀랍다.
옛것에 머물러 있기보단 현대인들도 서예와 문인화를 사랑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 노력하는 원로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설초(夏雪草)는 하얀 꽃이 마치 여름에 내린 눈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꽃에서는 은은한 향도 있다. 무익(無益), 덧없음’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700종류의 야생화를 사실화로 그려냈다”
어느 날, 산에서 만난 야생화는 그를 매료시켰다. 그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수년간 햇볕과 비와 바람에 기대어 산과 들에 자생하며 피는 야생화에 흠뻑 취해 살았다. 글씨와 야생화가 하나되는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의 가슴은 청년처럼 뛰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7~8년전 민들레를 처음 시작, 그후 광대수염과 쥐오름풀과 졸방제비꽃, 노랑장대와 요강나물, 눈개승마, 범꼬리꽃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들어 잇달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이름도 생소한 극락조화, 시계꽃, 벌레라니꽃 등 꽃에 미쳐 2000년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하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작가는 "땅에는 야생화 하늘엔 몽실 구름, 천상의 화원을 거닐면서 사방으로 360° 파노라마 뷰 전망이 펼쳐진 현장에서 느끼는 감회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면서 “비록 운전을 못해 또다른 수고가 필요하지만 야산·길가에 핀 봄 야생화 반갑게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고 했다.
익산 출신의 작가는 1965년 남정 최정균선생을 사사한 이래, 대한민국서예대전(국전)에 입특선 7회를 하고 1983년부터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도전 특선, 추천 작가, 심사위원을 비롯, 부산시전, 인천시전, 전남도전, 경기도전 등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창암 이삼만 선양회 회장,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 겸 감사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90년에 익산문화상을 받았다. 그는 2022년 전북예술회관에서 산수전(傘壽展)을 가진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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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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