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31일 14시32분
[아침발걸음]일과 노동, 여가와 학습에 적용되는 대가의 역설
‘길위의청년학교’에 참여하는 활동은 누군가에게는 전문성이 있는 ‘노동’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전업으로 일하는 담당 간사도 나도, 후원하고 지원하는 이사와 위원도 ‘노동’의 대가를 바라면서 일하지는 않는다. 놀이와 학습,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가치 있는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활동으로 여긴다. 나에게 ‘일’은 단순히 돈 버는 노동의 수단이 아니다. 일은 “노동과 학습과 여가”가 혼합된 그 무엇이다. 일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삶과 분리하는 순간 커다란 내가 없어지는 셈이다. 어떤 이들은 일과 삶을 분리해 놓고 자기 삶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이 커질 때 자칫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업)을 대가를 바라는 ‘일’로만 치부하게 된다. 삶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직장 생활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는 어떤 수단이 되어 힘겨운 곳이 되고 만다.
일을 작은 시간 하든 많이 하든 일하는 동안 놀이와 같이 즐겁고 학습과 여가가 어우러지면 좋겠다. 그 안에 동료들과 선후배의 끈끈한 정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노동‘이고, 반대로 수단과 목적이 일치되면 ‘놀이’다.” 요한 하위징아가 ‘호모루덴스’에 남긴 말이다. 강신주는 “모래성 다섯 개를 만들면 밥을 줄게”라고 명령하면 아이의 ’놀이‘는 그 즉시 ‘노동’으로 바뀐다. ‘모래성 만들기’는 이제 ‘수단’이 되고, ‘밥 먹기’가 목적이 되었으니 말이다. ‘모래성 만들기’는 더 이상 아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고, 아이가 마음대로 그만할 수 없는 ‘노동’이 되고 만다”고 했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줌(zoom)으로 전국 청년들과 공부하고 대화했다. 늦은 시간 카페미곡의 장동헌 대표님은 자기 삶을 나누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장 대표님도 이사로 후원자로 길위의청년학교 지원하면서 늦은 시간까지도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더 주고 싶어 한다. 지난주는 장윤상 이사님과 카이스트의 안태욱 이사님 등이 함께 하면서 자기 삶을 나누어 주셨다. ‘길위의청년학교’나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의 활동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노동한다고 여길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놀이와 학습과 여가를 누린다고 여긴다.
놀이는 자유고 즐거움이다. 현재를 살아 내는 일이고, 수단과 목적이 일치되는 삶이다. 돈의 대가 또는 어떤 대가를 바라면서 노동하는 일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기 위해서 준비하는 일이 되고 만다. 키팅 선생님은 “오늘을 잡으라”고 했다. 놀이의 개념이다. 오늘 하루를 직장생활하면서 살아 내는 일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목적이어야 옳다. 일은 놀이와 자유, 즐거움으로 이어져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심지어 어떤 일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게 아닌 내가 자발적으로 돈을 낼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놀이나 여행할 때 내 돈을 내듯이, 자발적으로 돈을 낼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과 노동, 대가의 역설이다.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4-01 9면
http://sjbnews.com/845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