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시력이 같아도 안경 굴절력(도수)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안경을 맞추는 고객은 자신의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어 시력을 묻는다. 안경사들은 고객이 시력을 물어보면 대략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안경사들은 나안시력(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시력)은 측정하지 않고, 안경 굴절력(도수)을 검사하고, 교정시력(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측정한 시력)만 측정한다. 안경사에게 나안시력보다 중요한 것은 교정 굴절력(도수)과 교정시력이기 때문이다. 교정시력이 우수하여 목표치(약 1.0) 수준에 도달하다면, 나안시력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이 시력을 묻는다면 대부분은 나안시력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안경 굴절력을 참고해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안경 굴절력이 이 정도라면 아마도) 시력은 0.3~0.4 정도일 것 입니다.’ 라고 말이다. 이렇게 답변할 수 있는 이유는 안경 굴절력이 비슷하다면 일반적으로 나안시력이 비슷한 범위에 분포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어서이다(안경 굴절력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시력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력이 비슷하다고 해서 안경 굴절력이 비슷하거나 같지는 않다.
안경 굴절력은 근시나 원시를 교정하는 구면렌즈와 난시를 교정하는 원주렌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구면렌즈는 도수를 의미하는 굴절력만 가지고 있어 렌즈가 회전하더라도 모든 방향이 같은 굴절력이기 때문에 렌즈가 회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원주렌즈는 굴절력과 여기에 방향을 의미하는 축(°)이라는 값까지 가지고 각도에 따라 굴절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원주렌즈는 렌즈가 회전하게 되어 방향이 바뀌게 된다면 다른 렌즈의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안경 굴절력은 시력보다 다양한 값의 조합으로 표기된다. 일반적인 난시안이라면 구면렌즈 굴절력, 원주렌즈 굴절력과 축까지 3가지의 값이 조합되어 표기된다. 시력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값을 갖더라도 구면렌즈 굴절력이 다르거나, 원주렌즈의 굴절력 혹은 축방향이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시력이 비슷한 친구들이 서로 안경을 바꾸어 착용하더라도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나에게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한다면, 같은 거리에 위치한 물체를 주시하더라도 눈의 운동, 반응 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빠르게 쌓이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안경을 함부로 착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안경사들은 나안시력보다 교정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교정시력이 정상범위에 속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시력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새로운 안경을 맞출 때 이전의 안경과 굴절력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 확인하거나, 나안시력 측정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한다면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시력변화를 알 수 있다./정수아(원광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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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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