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5월 07일 15시20분
"송전탑은 서울로, 기업은 전북으로"
수도권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에 대응할 전북대책위 출범반도체단지 이전과 송전선로 지중화 등 전력망 새판짜야
/정성학 기자
“지방은 더이상 수도권에 전기나 공급하는 에너지 식민지가 아니다. 전근대적인 송전탑 건설은 이제 포기하고 송전선로 지중화나 전기가 필요한 기업을 지방에 옮겨야 한다.”
전북도민들이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을 촉발한 호남발 수도권행 전력망 구축사업을 문제삼아 올 6월 새정부 출범에 맞춰 전력망 새판짜기에 나설 것을 정치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완주, 정읍, 무주, 부안, 진안, 장수, 고창, 임실 송전탑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지역구 도의원, 전농 전북연맹과 전북환경운동연합은 7일 전북자치도청 앞마당에서 ‘송전선로 건설 백지화 전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전북의 산과 들, 마을과 공동체를 가로지르는 34만5,000볼트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선로와 대규모 변전소 건설계획, 그 경과지 주민들의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하는 국가폭력에 맞서 전력망 정책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결의했다.
아울러 6.3대선을 겨냥해 지속가능한 전력망 새판짜기 6대 과제를 야 4당에 공개 제안했다.
6대 과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에 기업 이전을 촉진하고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할 ‘전력소비의 분산화 및 지역별 전기요금제도 도입’ △전략산업의 공간적 배치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단 정책 재검토 및 국가 전략사업의 국토 재배치’ △송전망 건설 인허가 감독과 전력시장 효율성 개선 등 공공 전력망을 개혁할 ‘독립 전문규제기관 설립으로 계통의 효율성 향상’ △한국전력의 송전선로 독점과 불공정 행위를 해소할 ‘공공 전력망회사 분리와 발전사업자의 판매시장 겸업 허용’ △한국전력의 송전계획과 불공정 행위를 감독할 ‘전력망특별법 전부 개정 및 통합 재생에너지 및 전력망 인허가 입법’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시민참여형 전력망 계획 수립으로 입지 갈등 사전예방’이다.
이동백(정읍반대대책위원장) 전북대책위 상임공동대표는 “송전탑은 에펠탑이 아니다. 송전탑이 박힌 곳은 지가가 하락하고, 여러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사람이 더 찾지않는 등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굳이 송전시설이 필요하다면 6·70년대식 송전탑 건설 방식이 아니라 고속도로나 철도 주변에 지중화 하거나 해저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선 에너지 식민지화 등과 같은 논란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새정부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이전해 전력난을 해소하고 균형발전도 촉진할 수 있는 지산지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희(전농 전북연맹 부의장) 상임공동대표 또한 “12.3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그 이유가 분명했다. 계엄을 선포할만큼 필요성이 있었는지, 계엄 선포 과정에서 절차가 위법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본 결과였다”며 “송전탑 건설 문제도 그 필요성과 절차에서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백지화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전북자치도의회도 이날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회를 가동했다. 특위는 모두 11명으로 구성됐고 위원장은 염영선(정읍2), 부위원장은 나인권(김제1) 의원이 선임됐다.
염 위원장은 “초고압 송전선로는 단순한 인프라 건설사업을 넘어서 환경보존과 주민들 삶의 질, 지역발전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인데다, 전북 대부분의 시·군이 그 경유지에 속해 있음에도 산업적 혜택은커녕 산림 훼손, 경관 파괴, 전자파 피해, 지가 하락 등 심각한 피해만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특위 활동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역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켜온 문제의 사업은 국민권익위에 이어 법원도 그 입지선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동 걸었다.
지난 2월 대전지법 제24민사부는 전북과 충남 주민 1,700여 명이 제기한 신정읍~신계룡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1단계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건에 대해 원고측 손을 들어준 채 본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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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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