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2일 15시04분
[아침발걸음]12.3 비상계엄의 정당화 주장은 도덕적 일탈
부도덕은 도덕 원칙을 의도적으로 위반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교해 비도덕은 도덕적 표준에 대한 배려나 인식이 전혀 없다. 비도덕은 도덕 원칙이나 윤리 의식이 없다. 옳고 그름의 구별에 대해 무관심한 특성을 보인다. 또한 행동할 때는 그 행위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을 유보한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실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비도덕적인 개인은 윤리적 고려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한 개인은 죄책감 없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실행하거나 그 일에 가담한다. 비도덕적인 사람이 자신이 만든 관념의 세계에 수감되어 버릴 때, 자기의 비도덕적인 행위가 매우 정당하다고 느낀다. 자기 관념 속의 “정당화”는 곱절의 죄악을 유발한다. 그 “정당화”는 심각한 도덕적 일탈로 나타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였던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1925-2021)는 미국의 심리학자로 사회학습이론의 주창자이며 현대 교육심리학 분야의 석학이다. 그는 사회적인 도덕적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보아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행위를 도덕적 일탈(逸脫)로 보았다. 그는 억지스러운 “정당화”가 네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도덕적 일탈의 사고(思考)가 작동하게 되면, 누구나 정상적인 행동으로 돌아설 수 없게 되어 마침내 비인간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 네 가지 “정당화”는 이러하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하면서 “정당화”시킨 것과 꼭 일치한다.
첫째 그 정당화란 나쁜 행위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도덕적 목적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보자면, 12.3 비상계엄 선포가 그에 해당한다. 그는 비상계엄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도덕적 목적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그는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진정 필요한 비상계엄이라고 주장하였다.
둘째, 일종의 완곡한 표현이다. 살상 목적의 총격을 ‘타겟 맞추기’라고 하거나 12.3 계엄 당시 군대의 무단 국회침입을 ‘국회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진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계엄령(戒嚴令)을 계몽령(啓蒙令)으로 둔갑을 시키는 예도 그에 해당한다. 계몽령이란 지식 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치기 위한 교육적 명령이다. 누가 누구를 깨우친다는 것인가. 어리석은 윤석열이가 현명한 국민에게 지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하니, 참으로 가소롭다.
셋째, 유리한 비교이다. 자신의 악행보다 더 큰 악행을 예거(例擧)하면서 자기가 한 행위는 그에 비하면 악행도 아니라고 우긴다. 그것이 악행이라 할지라도 아주 소소하다고 우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국회가 스무 번 이상 탄핵을 추진한 것에 비하면 12.3 비상계엄은 그야말로 하찮은 것이고, 오히려 국가대계를 위한 선행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넷째, 책임전가로 자신의 비도덕적 행위는 오로지 명령에 따른 것으로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히틀러를 추종하던 나치 전범자 아이히만이 그런 인물이다. 그는 당시 유대인 6백만 명을 학살하는 데 결정적인 관여를 한 나치 실무자였지만, 훗날 법정에서 자신은 그저 명령받은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도의상 잘못은 했으나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사형 당하였다. 계엄사령관, 합참의장, 수도방위사령관, 정보사령관, 국무위원 등 12.3 비상계엄 동조자들도 명령에 따랐기 때문에 자신들이 무죄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중형을 면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들도 당시 조선총독부의 명령에 따라 의무를 다했다고 강변하였다.
이렇게 볼 때, 12.3 비상계엄 공포자와 그 협조자들의 이른바 “정당화” 주장이야말로 극심한 도덕적 일탈의 표본이요, 의도된 부도덕한 행위요, 비도덕적 행동의 끝판이랄 수 있다. 죄악에 빠진 자들에 대한 엄단(嚴斷)이 필요하다. 사실은, 우리 삶의 탄력성가 우리 사회 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다.
/유종국(문학박사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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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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