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5월 12일 17시25분
“근거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민주주의 파괴”
선관위, 6.3대선 앞두고 투표함 바꿔치기 등 확산 경계행낭식 투표함은 합법이고 특수봉인지는 위조 불가능
제21대 대통령선거가 12일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막을 올렸다. 12.3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이번 조기 대선은 국가적 명운이 걸린 탓에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사가 크다. 더욱이 탄핵정국 속에 부정선거 의혹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따라 부정선거 의혹, 특히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문제가 제기된 사안 중 하나인 이른바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을 둘러싼 진위 여부를 살펴봤다.
부정선거론자들은 12.3계엄 후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투표함을 몰래 바꿔치기 쉽게 사전투표 때 행낭식 투표함을 사용한다거나 비잔류형 특수 봉인지로 투표함을 봉인한다는 등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투표함은 어떤 게 있으며, 올 6월 대선에선 어떻게 활용될까.
전북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공직선거 때 일반적으로 사용중인 투표함은 지난 2012년 도입한 강화플라스틱 재질의 투표함이다.
투표함은 그 크기와 재질에 따라 소형, 대형, 행낭식 등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여기서 부정선거론자들의 의혹이 집중된 투표함이 바로, 행낭식 투표함이다.
“행낭식 투표함은 불법이다?…이송과 보관 편의성 고려한 합법적인 투표함”
논란의 행낭식 투표함은 외교부에서 사용하는 외교행낭과 유사한 자루 형태다. 단단한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반 투표함과는 달리 가방이나 쌀포대 등처럼 유연한 재질이다.
이 같은 행낭식 투표함은 주로 ‘관내 사전투표’에 활용된다. 관내 사전투표함의 경우 사전투표가 끝나면 개표장으로 이송하기 전까지 별도의 보관장소에 보관해야만 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편한 외교행낭처럼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진 행낭식 투표함이 활용된다는 얘기다.
행낭식 투표함은 사전투표소 1곳당 대게 2개, 사전투표자 수가 많다면 3개 이상도 쓰인다. 그렇다면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은 어떻게 불거졌을까.
행낭식 투표함(사진 ①)은 재질이 유연하다보니 장시간 세워놓기 어려워 그 받침대(사진 ②)를 결합한 형태(사진 ③)로 사용한다. 이게 바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볼 수 있는 투표함이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종료돼 투표함 보관장소로 이송할 때는 단단한 받침대는 제거한 채 행낭식 투표함만 옮기게 된다. 바로,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부정선거론자들이 사전투표 전후 그 겉모습이 달라진 것만 보고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표함 봉쇄 봉인 방법 왜 바꿨나?…기술변화 때문일뿐 본질적 기능은 똑같아”
부정선거론자들은 투표함을 봉쇄 봉인하는 방법이 바뀐 점도 주목했다. 논란의 봉쇄 봉인 방법은 지난 2012년 강화플라스틱 재질의 투표함을 도입하면서 함께 변경했다고 한다.
과거의 경우 일회용 자물쇠로 투표함을 잠근 뒤 그 잠금 처리가 된 부분을 테이핑한 후 관리관의 도장으로 봉인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반면, 2012년부터는 강화플라스틱 투표함에 알맞는 새로운 잠금 장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봉인 또한 관리관과 참관인 모두 서명을 기재한 특수봉인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한층 더 강화했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자들은 이또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측은 “일회용 자물쇠, 잠금핀, 특수봉인지 등은 투표함을 봉쇄 봉인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그 유형이 변했을 뿐 본질적인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며 답답한 표정이다.
“비잔류형 특수봉인지는 위조 쉽다?…투표관리관과 참관인 서명에 위조 못해”
투표함을 봉인할 때 사용하는 특수봉인지도 논란거리다. 특수봉인지는 피착물에 잔여물이 남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잔류형’과 ‘비잔류형’으로 나뉘는데, 부정선거론자들은 비잔류형 특수봉인지의 위조 가능성, 특히 투표함 바꿔치기를 손쉽게 하려고 수도권에 있는 한 특정업체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대해 “공직선거에 활용되는 특수봉인지는 조달청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부터 납품받는다. 예를 들자면 제21대 국선은 대구에 있는 제일기획인쇄, 2021년 재보선은 서울에 있는 한국선거용품조합, 제20대 대선은 인천에 있는 선거용품조합 등이 제작해 납품했다”며 “특정업체 제품만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비잔류형 특수봉인지의 위조 가능성을 놓고선 “특수봉인지는 피착물의 재사용 여부 등 목적과 환경에 따라 잔류형과 비잔류형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으로, 그 유형에 관계없이 투표관리관과 참관인이 서명하기 때문에 위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투표함 윗면에는 관리번호가 기재된 홀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하고 참관인 참관 아래 이상유무를 확인한 뒤 관리번호를 투표록에 기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있어 투표함 바꿔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과 다른 사안을 가지고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의혹 제기에 앞서 사실 관계부터 확인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학 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5-13 16면
http://sjbnews.com/849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