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4일 16시15분
[오늘의 길목]불완전한 인간의 창조물, 헌법
가끔 우리는 헌법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헌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통제하거나 박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절대 군주에 의해 통치되는 전제국가에서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은 신권이나 왕권이 통치하던 시대에서 국민이나 시민에 의한 통치로 진화하면서 등장하게 되었다. 다만 다수의 국민과 시민이 모두 통치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대리인으로 국회, 정부 등을 포함한 통치질서와 구조를 만들 필요가 생겼고, 그 대리자들이 권력을 독차지하거나 함부로 남용하여 주권자인 국민과 시민의 삶을 속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헌법이라는 초강력 통제장치를 두게 된 것이다. 따라서 헌법은 입법, 행정, 사법 등의 통치체계를 만들되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면서 권력의 균형을 이루어 국민이나 시민이 주권자의 권리를 유지하도록 민주적인 질서와 정의를 실현해가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자유와 정의, 인권 등 인간이 역사발전 과정에서 발견한 최상의 가치들을 중심에 두고 구성된다. 하지만 오류 투성이인 인간이 창조한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헌법을 제정할 당시의 사회적·정치적 수준이나 구성원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헌법의 내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헌법 제정 이후에 그 사회와 국민의 정치적 태도와 민주주의 의식이 어떻게 성장해 가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헌법은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또 헌법이 문자로 이루어진 조문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도 혼란이 잉태되어 있다. 문자로 된 조문들로는 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또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적시할 수 없다. 그러니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여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이를 적용하는 정치인·법률가·시민의 능력에 따라 헌법이 적용되고 기능할 여지가 생겨 이른바 ‘법기술자’, ‘법꾸라지’들이 활개 칠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들은 조문의 취지나 의미, 본질보다는 문자에 주목하고 틈새를 발견하여 파헤치며 헌법의 불완전성을 확대생산하여 그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려 든다.
그래서 헌법은 어떤 경우에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헌법의 불완전성을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 이전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권자들의 생각은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니 이를 헌법에 제대로 반영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새로 등장할 정부는 헌법 개정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헌법은 우리 사회의 뼈대인 동시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여 모든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기본법이므로 이번에 헌법을 개정할 때는 형식적인 문장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국민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들로 수정하여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친절함을 담았으면 한다.
또 헌법은 단순한 법적 규율을 넘어서 국민과 국가의 약속이자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계약이며 질서이므로 ‘법기술자’, ‘법꾸라지’들이 활개치며 그 본질을 훼손할 수 없도록 각 조문의 취지와 의미, 본질적 가치를 보다 분명히 해 둘 필요도 있다./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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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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