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8일 15시01분
[온누리]위도
오래전부터 중국과 해상교역에 중요한 위치였으나 주변 물살이 심해 사고가 잦자, 인신 공양을 했다는 전설이 심청전의 모티브이다. 이후에는 사람 대신 짐승으로 대신했다가, 다시 인형으로 바뀌면서 오늘날 띠뱃놀이로 이어졌다. 고려시대 이후 유명한 유배지이기도 했다. 부안을 찾은 허균이 ‘홍길동전’을 쓰면서 위도에 대해 들은 후 율도국의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도가 한때 전남으로 편입되었던 이유는 아마 조기 때문일 것이다. 법성포 앞바다에 칠산삼봉(七山三峰)이라 불리는 일곱 개의 봉우리가 있다. 이 칠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해역을 칠산바다라고 부른다. 넓게는 남쪽의 신안 비안도에서 북으로는 위도까지 아우르는 영역이다. 이곳은 조기 산란에 적당한 수온으로 매년 곡우를 기점으로 조기 떼들이 몰려왔다.
특히 법성포 앞 구산리에 철쭉이 필 때쯤이면 바다를 메운 조기들이 ‘꾸~욱, 꾹’ 소리를 지르며 울어 주변 사람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어부들이 불렀던 ‘황금 같은 내 조기, 칠산 앞바다로 돈 실러 가세’라는 노래는 얼마나 그 바다가 풍성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칠산 앞바다에서 잡힌 조기는 모두 위도 파장금의 파시로 몰려들었다.
파시(波市)는 고기가 많이 잡혀 육항(陸港)으로 나갈 경황이 없을 때 바다에서 여는 시장이다. 위도의 파시는 거문도의 고등어 파시, 추자도의 멸치 파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파시 중의 하나였다. 당시 위도는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조기가 사라지자 섬도 쇠퇴했다.
가려졌던 위도가 다시 세상에 크게 알려진 건 1993년 10월에 있었던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이었다. 당시 파고가 높아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정원을 초과한 무리한 운행이 부른 참사였다. 당시 사망자만 292명으로 1953년 장경호 330명, 1970년 남영호 326명, 2014년 세월호 304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해난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조선시대 도서 중 유일하게 관아가 있었고, 1970년대 국가지정 어항으로 위상이 높았던 위도를 살리고자 2003년 7월 15일 부안군수가 나서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 신청을 했다. 당시 위도 주민들은 대부분 찬성했지만, 부안군민들이 나서서 극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경주시가 유치해 도시가 확장되는 걸 보면서 부러워했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지난주 지인들이랑 위도에 다녀왔다. 5월의 위도는 짙어가는 신록과 산등성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등꽃에 찬란했다. 마침 보름이어서 밝은 달빛 아래 해변을 걷는 호사도 누렸다. 잔잔한 바다에 어린 달, 그 해인(海印)처럼 치유의 숲에서 몸과 마음이 다스려졌다. 포근하게 우리를 품어준 위도가 다시 그리워진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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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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