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26일 08시23분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이 아닌, 고조선 홍익인간 사상 담은 천문 지리 결정판"
전북역사문화교육원, 이병렬 박사 초청 강좌 성료
이날 강좌에서 이박사는 고인돌이 단순한 선사시대 무덤이 아니라, 고조선의 정치사회 이념인 홍익인간을 실체적으로 구현한 '농경문화의 결정판'이라고 역설하며, 기존 학계의 통념에 신선한 파고를 던졌다.
이 박사는 강연 내내 고인돌에 담긴 천문 지리 배치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고인돌은 태양의 움직임인 춘분, 추분, 하지, 동지 등 2지2분점과 별자리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담고 있으며, 주변의 지형지물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돌이 선사인들이 자연의 변화를 읽고 농경 활동에 활용했던 '시간의 나침반'이자 '우주의 지혜'를 담고 있는 유물임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박사는 고인돌과 지석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계의 기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지석묘는 받침돌과 덮개돌, 그리고 무덤방을 갖춘 선사시대의 묘를 의미하지만, 대다수의 고인돌은 의외로 무덤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대부분의 고인돌이 덮개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를 단순히 지석묘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박사는 지석묘라는 개념이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정리된 것으로, 고인돌과 지석묘를 동일시하는 것은 고인돌의 다양한 용도를 간과하는 것이라며 "지석묘는 고인돌의 여러 용도 중 하나일 뿐, 고인돌 자체가 지석묘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인돌이 단순한 매장 시설을 넘어 제의, 공동체 활동, 천문 관측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박사는 한반도 서남해 지역의 고인돌들을 중심으로 태양과 별자리의 움직임이 어떻게 고인돌 배치에 반영되었는지를 천문학과 지리학의 심도 있는 원리를 통해 하나하나 명쾌하게 풀어 설명, 청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박사는 최근 들어 고인돌에 새겨진 하늘의 길,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살아간 선사인의 사유를 담은 '하늘의 길, 고인돌에 새기다(펴낸 곳 홀리데이북스)'를 펴냈다.
이 책은 고인돌을 무덤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천문 지리와 인간의 삶을 조율한 복합적 구조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저작이다.
지은이는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줄포 출신으로, 고창고등학교와 공주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관광지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공주대와 배재대에서 강의했다.
저서로 '고창의 마을' 제2집~제14집, '19세기 사상의 거처', '광산김씨 고창 세거와 문헌 유적', '고흥류씨 고창 세거와 문헌 유적', '진주정씨 고창 세거와 문헌 유적', '진주강씨 고창 세거와 문헌 유적', '고창군의 고인돌' 전 10권, '대산면 백년사' 등이 있다.
현재 고창문화연구회장과 한일문화교류연합회 전북회장을 맡고 있으며, 고창의 지역사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지역학 강의와 신문 기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고인돌에 숨겨진 천문 지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연구에 힘쓰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05-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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