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진짜 대한민국’은 국민주권·국민 중심의 대한민국
얼어붙은 골목과 농어촌 문제 해결이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
내란 사태가 촉발한 제21대 대선이 마지막 관문에 진입했다. 5월 20일부터 6일에 걸쳐 진행한 재외국민 투표는 79.5%의 투표율로 도입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오늘이면 이틀의 사전 투표를 마감한다. 거리 곳곳에 붙은 대선 후보 벽보와 현수막, 세 차례의 TV 토론과 뉴스에 가득한 대선 이슈는 부안과 서울의 거리에서 간절하게 외쳤던 “윤석열 파면”이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변화는 정치에만 있지 않다. 문득 고개를 들어 달력을 확인하니 여름의 기운이 깃든다는 소만을 한참 지나 새로운 씨를 뿌리는 망종을 바라본다. 선거운동으로 부안 곳곳을 다니며 눈에 들어온 들판은 갈라진 동토가 아니라 푸르름을 안은 생명의 땅이었고 모내기 준비로 분주한 농민의 웃음은 수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었다.
그러나 포근하다 못해 더워진 날씨는 대지만 뜨겁게 달굴 뿐 골목골목의 민심은 최악의 민생 위기에 차갑고 처연하다. 윤석열 정부의 폭정은 ‘선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멈췄고 민주적 헌정 질서의 전복을 시도한 위헌·불법 비상계엄은 IMF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모범적으로 구현한 대한민국이 ‘최악의 대통령’으로 일순 정지했다.
‘예고된 미래’인 지방위기는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13곳을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는 상황으로 악화했고 인구 구조와 산업 기반의 동시 변화는 대한민국을 도약과 퇴행의 갈림길로 데려다 놓았다. 이런 중요한 분기점에 윤석열이 등장했다 몰락했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의 배경이다.
이렇게 시작된 선거운동으로 하루가 뜨겁다. “골목골목”을 표방한 민주당의 선거운동 기조에 맞춰 지역의 골목골목을 돌아 유권자를 만나고 지지를 당부드린다. 내란 계엄에 대한 분노는 반가운 인사로 이어지고 민주당이 더 잘하라는 따끔한 조언으로 맺어진다. 선거운동으로 시작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 그리고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우리 전북 안에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골목골목이 민주당 선거운동의 핵심이라면 “진짜 대한민국”은 민주당의 핵심 표어이다. 간결하고 명쾌하지만, 고민을 불러왔다. ‘진짜’에 담긴 다양한 요소와 측면을 어떻게 전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빛과 어둠이 대칭으로 하나를 이루듯 진짜는 ‘가짜’와 짝을 맞춘다. 우리가 말하는 “진짜 대한민국”은 가짜를 부정하고 반박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1번으로 되찾을 것은 내란이 겁박한 국민주권의 대한민국이요 계엄이 위협한 국민 중심의 대한민국이다.
국민주권·국민 중심의 대한민국은 고상한 이념이나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의 정체이자 현대 민주국가의 기본 책임으로 구체적인 국민의 삶과 시민 공동체의 일상에서 출현하고 또 입증되어야 한다. 내란을 기획하며 무속인을 찾고 용산 일대의 지극히 협소한 장소에서 밀담을 나누는 것으로는 국민이 주인으로 국정에 참여하고 국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정치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진짜’는 경험과 기억에서 몸을 일으킨다. 내게 부안상설시장은 늘 사람이 붐비고 왁자지껄한 기분 좋은 소란의 장소이다. 그곳에 가면 맛있는 음식이 있고 가격 좋은 물건이 있으며, 가족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었다. 활기찬 기운이 사람을 품었고 넉넉한 인심이 사람을 감쌌다. 그렇게 상설시장이라는 공간은 시간과 언어를 압축해 내 안에 남았다.
그러나 선거운동으로 시장을 돌며 확연히 깨달았다. 내 안에 있던 추억 속 상설시장의 활력과 풍요는 과거로 남겨서는 안 되는 과제가 되었으며, 미래로 미루기에는 다급한 현실의 문제였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 계엄이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골목상권을 붕괴 직전의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냉기와 한파가 모두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진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청산하는 것으로 출발하지만,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진짜’는 국민주권의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로 나타나야 한다. 같은 이유로 썰렁한 전통시장의 현실을 인구나 유통 구조의 변화로 너무 쉽게 단정하거나 청년이 없는 농어촌의 현장을 메아리 없는 ‘지방 소멸’로 답하는 것은 “진짜 대한민국”일 수 없다.
나라의 위기가 깊을수록 근본적인 탐색이 필요하고, 정치는 심연의 소외된 문제를 끌어올려 해소하고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국민께 인정받아야 한다. 2025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1번의 과업은 회복과 성장, 행복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최일선, 골목과 농어촌에서 만들어질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김슬지(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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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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