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6월 01일 13시49분
이희춘, 서체 추상에서부터 주변의 풍경까지 다양한 기법 표현 감상
작가는 '몽유화원' 과 ' 화양연화' 란 주제로 동양의 자연주의 사상과 노자 장자 사상에 기인한 무위적 이상세계를 20여년간 수묵작업으로 표현해 왔으나 , 2000년초부터 오일작업으로 재료를 바꾸면서 새로운 작업에 몰두해왔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희춘 작가는 붓과 먹이라는 고정된 재료를 벗어나 오일과 돌가루를 혼합, 작업하기도하며, 이번 한옥갤러리의 전시는 소품위주의 ' 머무는것들'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체 추상에서부터 주변의 풍경까지 다양한 기법의 표현을 감상할수 있는 전시가 될 터이다.
2년여 동안 준비해온 50여점의 소품으로 초여름의 한옥마을을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자의 호접지몽을 화폭에 옮겨 표현해 온 화가 이희춘 작가가 삶의 기억 속 화양연화를 꿈꾸던 우리네 모습을 화폭에 붙잡았다.
“인간의 행복이라고 하는 것. 이상세계, 유토피아라고 하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거든요"
작가의 그림에는 ‘무위자연’이 펼쳐진다. 작품 속 꽃과 나비, 말과 여인들의 몸짓에는 행복이 느껴진다. 곱고 따뜻한 꽃잎에 싸인 여인들과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은 이상세계를 추구하며, 그곳에 살고 있다.
중국 사상가 장자의 ‘호접몽’을 창작의 근원으로 삼아,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작가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 무릉도원의 세계를 화폭에 담는다. 이는 물질만능주의의 각박한 사회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기정신을 표현했다.
작가는 유년시절에 봤던 풍경들을 화폭에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신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 머무는것들'로 소품 위주로 작품을 냈다.
전시에선 서양화가들이 쓰는 아크릴, 오일칼라 등을 많이 사용, 유화의 텁텁하게 짓이기는 터치가 살아있다.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꽃밭’을 연상하게 한다. 그 손길이 닿은 자리에는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시중에 파는 꽃은 언젠가는 시들고, 심어져 있는 꽃도 언젠가는 시든다.
작가의 손길 끝에서 핀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 ‘그림’, ‘작품’ 안에 들어 있는 꽃은 향기가 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작가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꽃은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추위와 주림의 한 겨울을 견딘 작가는 세상의 도에 휩쓸리지 않고 속도를 버리고 꽃을 얻는다.
작가의 마음에 담겨 손끝에서 피어난 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역사 속의 여인이 되어 버린 듯하고, 그 꽃길을 나도 모르게 걸어가고 있다.
자유롭고 유쾌한 형상미가 돋보이는 작품도 보인다. 등에 흐르는 땀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한여름의 일상을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길게 늘어뜨린 인체의 변형이 나른함을 더하고 있다. 오방색에 기초한 자유로운 색감을 활용하면서 나이프로 짓이기는 기법으로 작가만의 무위적 이상세계를 표현했다.
"뭔가를 덧붙인 것 같은 입체감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년 시절 저희 집에 자개장을 만드는 공방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화려한 자개의 질감을 그림 안에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무위자연을 취하는 방식. 그림으로 무아지경에 몰입해 진정한 중도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죽는 날까지 무위자연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릴 겁니다. 미완성은 있겠지만, 완성은 없겠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작가는 전주에서 출생, 원광대학교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미국, 홍콩 등의 도시에서 국제전에 참여했고 전주와 서울 등 국내에서도 44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베이징 예술박람회, 중국 션전 수묵비엔날레, 뉴욕 아트엑스포,한국 국제아트페어, 뉴욕 코리안아트쇼, ART.FAIR21 (독일 쾰른), AAF Singapore(싱가폴), KIAF, 아트부산, 아트광주, Doors 아트페어 등에서 널리 알려졌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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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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