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6월 17일 15시00분
(기고)폭염을 이겨내는 우리의 자세
안전보건공단 전북지역본부 건설보건부 박태서 차장
폭염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우리 몸의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가 고온에 의해 손상되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즉, 몸이 뜨거워져도 땀을 흘리지 못하거나 체온을 낮추는 반응을 할 수 없게 되며,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기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일 산업현장에서 폭염으로 인해 의식장애나 혼수상태에 빠진 열사병 환자가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에어컨, 선풍기, 찬물 샤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온을 신속하게 낮추고, 몸통의 열이 사지로 빠르게 분산될 수 있도록 마사지를 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응급상황에서는 신속한 조치가 생사를 좌우한다.
이처럼 열사병은 신속한 응급조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9월까지 ｢폭염 안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재해예방기관을 포함한 안전보건 전문기관들이 참여하여 건설·조선·물류 등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 5대 수칙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고위험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온열질환 예방 5대 수칙이란 ❶물, ❷바람·그늘, ❸휴식, ❹보냉장구 지급, ❺응급조치를 말한다. 즉, 폭염 작업(체감온도 31℃ 이상) 시 열사병과 열탈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에서는 첫째,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제공하고, 둘째, 작업 장소에 에어컨이나 산업용 선풍기, 그늘막 등을 설치하며, 셋째, 작업 장소 인근에 휴게시설을 마련해 주기적인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근로자에게 냉각 의류나 냉각 조끼 등 개인 보냉장구를 지급하고, 다섯째, 온열질환 의심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는 등 신속한 응급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지난 2024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보건조치 조항에 ‘폭염·한파로 인해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개정 취지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근로자에게 심각한 유해·위험 요인이 되고 있어, 이상기후로부터 근로자를 폭넓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 또는 한파 속에서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며, 해당 개정안은 2025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법 개정의 중요한 의미는, 기존에는 사업주가 폭염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권고해 왔으나, 이제는 이를 명확한 의무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를 위반하거나 이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기존의 화학물질 중독 등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직업성 질병에 열사병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폭염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사전에 확인·개선해야 하며, 열사병 환자 발생에 대비한 비상조치계획 수립과 주기적인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닌, 우리가 함께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유해·위험요인이 되었다. 폭염에 따른 건강장해 예방은 단지 권고사항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의무이다. 따라서, 폭염 대응 수칙의 이행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며,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인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여름철을 대할 때, 폭염 속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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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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