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22일 13시58분
[메아리]익산과 원광대, 기후인문학 수도를 향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80년경에는 기후 재난과 생태계 붕괴로 인류 문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대응은 아직도 미흡하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최근 익산에서는 ‘뜨거워진 지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창립기념 포럼이 열렸고, 국내 최초의 기후인문학연구소가 원광대학교에 문을 열었다.
기후인문학은 생태학, 철학, 역사, 윤리 등 인문학적 시각을 통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는 시도다. 생존의 조건이 달라지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이 접근은 단순한 기술적 해법을 넘어선 문명적 반성과 실천의 길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익산이 있다. 익산은 과거 고질적인 악취 문제로 시민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도시였다. 하지만 지역의 전문가, 시민사회, 주민, 그리고 행정이 손을 맞잡고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악취민원은 줄었고, 도시의 공공환경은 개선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원광대, 원광보건대, 전북대 교수들과 연구진들은 과학적 데이터 수집과 분석, 정책 제안으로 큰 역할을 했고, 시민들은 제보와 감시, 캠페인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경험은 시민들이 지역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 수집에 참여하고 기여한 시민과학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익산은 시민과 시민사회, 전문가, 행정이 함께 만든 ‘기후시민 역량’이 축적된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역량은 함라 장점마을 집단암 발병 사건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빛났다. 수십 명의 주민이 암으로 고통받던 마을,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역사회가 똘똘 뭉쳤다. 전문가들은 공장과 토양, 대기를 조사하고, 시민들은 진상 규명과 여론 형성에 나섰다. 결국 정부가 발암물질과 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고, 손해배상이라는 전례 없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다른 지역의 환경참사 피해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고, 환경정의 실현의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이같은 시민참여는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익산에서는 시민사회가 주도해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그 성과로 대한민국 최초로 환경정책위원회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 조례를 통해 시민들은 이제 환경 유해시설 인허가 심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시민주권이 실현되는 환경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중대한 진전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원광대에 설립된 ‘기후인문학연구소’는 익산이 쌓아온 환경문제 해결 경험과 시민참여 역량에 학문적 기반과 비전을 결합함으로써, 익산을 기후인문학의 중심 도시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문명 전환의 과제로 인식하며, 철학자와 역사학자, 보건학자, 사회과학자, 자연과학자, 공학자, 청년활동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융합형 플랫폼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할 수 있는 도시, 바로 익산이 되기를 소망한다. 익산은 이미 실천, 제도, 학문 기반을 고루 갖추었다. 이제 시민, 전문가, 대학이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후인문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선도해야 할 때이다.
기후인문학의 메카, 익산. 이 도전은 시민 모두의 몫이다. 익산에서 시작된 변화는 하나의 지역 사례를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시민의 힘과 지성의 힘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내일이, 이곳 익산에서 피어나길 기대한다.
/임형택(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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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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