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6월 23일 08시42분
예술과 불안
[책마주보기] 알랭 드 보통의 ‘불안’(김혜영)
이 책은 불안의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의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먼저, 사랑결핍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의 인정과 애정을 갈망하는 존재임을 전제한다. 그 사랑이 결여될 때 우리는 존재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고 이는 곧 불안으로 이어진다. 속물근성은 물질적 소유와 외적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광고와 미디어가 제시하는 삶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끊임없는 소비와 비교 속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 비현실적인 기대 역시 불안의 원천이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세운다. 다음으로 능력주의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성과와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구조를 갖는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존재는 끊임없는 경쟁과 실패의 두려움을 감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존재론적 불확실성을 가중한다.
이 같은 불안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철학, 정치, 종교, 그리고 보헤미안적 삶의 태도 등과 함께 예술은 특별한 자리에 놓인다. 그는 매튜 아널드의 말을 인용하여 예술이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에 해법을 제시하는 매체"임을 강조하면서 예술을 통해 도덕적 렌즈를 확장시키라고 덧붙인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처럼, 예술은 사회적 위계의 렌즈를 조정하며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제안함으로써 존재의 불안을 해소한다.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서는 인간 삶의 고난과 숙명 앞에서 겸손해지고 존재의 우매함이 낳은 비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을 직시적으로 전달하는 신문과 달리 예술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불완전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완벽하기보다는 완벽을 향해 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예술은 인간의 불안을 약화시키거나 소거하기도 한다.
불안은 인간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을 통해 불안을 조장하는 욕망의 방향을 조정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진정한 기쁨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예술은 우리 안의 불안을 직면하게 하고 거기서 벗어날 실마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치유의 방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불안이라는 감정을 외면하기보다는 들여다보라고 주문한다. 예술이야말로 존재의 불안과 조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식이자 성숙한 자아로 이끄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김혜영 작가는
2018년 ‘수필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부안학생교육문화관 공감독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면 : 2025-06-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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