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기수 - 2025년 06월 26일 11시25분
독자투고
뿌리 깊은 음주운전의 폐해. 예나 지금이나 음주운전은 무서운 범죄이다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지친 하루의 끝에 부딪히는 술잔은 쌓인 피로를 풀어주지만 자칫 잠깐의 실수로 운전대를 잡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올바르게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라는 양면성을 가진 것이 술이다. 건전한 음주는 즐거움과 화합을 이루는 약이 되지만 과도한 음주는 돈, 건강, 가족을 한꺼번에 잃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선조들도 음주운전으로 큰 화를 당한 경우가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문헌을 찾아보면‘조선시대에는 음주상태에서 말을 타는 음주 운마(飮酒運馬)가 문제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4년 10월에 들어있는 이야기다. 60번째 생일을 맞은 태조는 푸짐한 술과 음식으로 잔치를 베풀었다. 충신 판문하부사 홍영통 은 그날 임금의 생일잔치에서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말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비보를 들은 태조는 그 뒤 삼사사 정도전, 좌정승 조준, 우정승 김사형을 포함한 나이 많은 정승에게 가마를 하사했다.
임금이 다른 음주사고 예방을 위해 가마를 이용하라는 어명을 내린 셈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를 타고 귀가하라는 명령이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술을 마시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음주금기(飮酒禁忌)를 나열했다. 대표적 항목으로‘술에 취하거나 배가 부를 때에는 수레나 말을 타고 달리거나 뛰지 말라’고 했다. 음주 운마 금지 수칙이다.
현대에 와서도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정상적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렇게 운전을 시작해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신호대기 중 잠이 들어 단속되는 경우도 많다. 또, 늦은 시간에는 단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만 경찰에서는 불특정 시간, 불특정 장소에서 단속을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찰 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도로상에서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는 차량에 대해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단속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의 9%, 사망사고의 10%, 뺑소니사고의 32.3%가 음주사고라는 통계가 있다. 음주운전 사고자의 44%는 다시 음주운전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음주운전은 어쩌면 자신과 가정을 동시에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불행의 늪이 될 수 있다. 남녀노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음주운전은 모든 것을 잃는 무서운 범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주현 (정읍경찰서 112상황팀장 경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6-27 7면
http://sjbnews.com/853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