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30일 15시56분
[경제와 미래]사서 쓰는 나라와 만들어 쓰는 나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짧은 시간에 과학기술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인문학의 깊이가 과학의 창조력을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의 경우도 그렇다. 인도는 ‘철학의 나라’라고 하지 않는가? 인도도 인문학의 저력이 오늘의 경제 발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아직까지 세계의 선두에 서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이 때 상징탑으로 에펠탑을 건설한 박람회다. 당시 미국은 탈곡기와 가루치약을 출품하는 수준의 나라였다. 그러나 그 시기부터 미국은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미국으로 이민간 유럽사람들은 유럽철학의 자연법 사상과 자유주의, 민주주의 사상에 맥을 대어 그들 나름으로 신대륙에서 실천한 사람들이다. 미국이 철학이 없는 나라라고 하지만 유럽의 인문학 전통을 특유의 융합으로 계승한 나라다.
인문학은 세계와 우주를 포괄하는 눈, 사람과 역사를 통찰하는 눈, 자연과 천문을 뚫어보는 힘을 기르는 공부다. 그리고 인문학은 국민적 교양이다. 인문학을 고전읽기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인문학 공부를 해 보아야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이나 다윈의 진화론도 최초에는 인문학적 발상으로부터 시작된 결과이다. 최근에는 분노에 찬 이과생이 문과생들이 나라 말아먹는다고 독설을 뱉은 일이 있다. 인문학의 교양과 발상이 과학기술과 산업, 시장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소치라고 본다.
다시 인공지능 문제로 돌아간다. 새 정부가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 5만개를 사온다고 한다. 여기서 인문학적 발상으로 말한다. 당장 어려우므로 사오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연구력을 집중하여 그래픽처리장치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나라도 건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올해 초에 40세의 중국 청년 량원평이 주도하여 개발한 ‘딥시크(DeepSeek)’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은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자기 나라 기술의 아랫 단계라고 낮게 평가하였다. 분명한 것은 두 나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차게 진행될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사다가 쓰는 나라가 되어서는 항상 종속국가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인도라는 잠룡이 기술패권 대열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문학의 뿌리가 깊은 나라다. 단군조선 시기에는 중국을 가르친 나라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을 가르쳤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배경도 우리 문화의 인문학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는 근대화 시기의 표어도 사실은 인문학적 발상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자체 기술 기반의 “신경망 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하루속히‘사서 쓰는 나라’가 아니라 ‘만들어 쓰는 나라’를 만들기 바란다.
/김도종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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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7-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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